우크라 '비밀 원군'…5㎝까지 식별하는 美 정찰위성 [여기는 논설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37일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사자가 벌써 1만7000 명을 넘었다. 장성을 포함한 고위급 지휘관도 15명이나 사망했다. 파괴된 장갑차는 1700대에 이른다. 러시아군은 한때 점령했거나 포위했던 도시에서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차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전체의 강력한 저항 때문이다. 해외에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귀국한 자원입대자가 30만 명에 이른다. 탱크 잡는 휴대용 미사일 ‘재블린’ 등의 위력도 한몫했다.

적외선카메라 갖춘 ‘키홀’로 손바닥 보듯

하지만 러시아를 꼼짝 못하게 만든 최고의 ‘비밀 원군’은 미국 정찰위성 ‘키홀(Key Hole·KH)’이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키홀은 광학카메라로 지상 물체를 촬영한다. 5㎝ 크기까지 식별할 수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투과력이 강한 적외선카메라를 갖추고 있어 밤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아 구름이 끼어도 촬영할 수 있다.

정찰위성의 고도는 300~600㎞. 목표물을 세밀하게 관찰할 때는 고도를 낮춘다. 지면과 가까울수록 영상의 해상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600㎞ 고도에 있다가 필요할 때 200~300㎞ 높이로 내려와 영상을 촬영하고 제자리로 올라간다.

이 덕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었다. 침공 전부터도 러시아군의 배치 현황과 무기 및 보급품 이동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해 대응 역량을 높였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물론 러시아도 정찰위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대 해상도가 20㎝로 미국 정찰위성의 성능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일본은 2003년부터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7개 위성이 북한의 지하 핵실험 장소 등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 해상도는 30㎝ 정도다.

우리나라는 첩보위성이랄 수는 없지만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를 보유하고 있다. 해상도는 70㎝급으로 꽤 높은 수준이다. 현재 30㎝급 정찰위성 5기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우리 군은 최근 소형 정찰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고체연료 추진기관은 액체 추진기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구조도 간단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 연료를 사전에 주입할 수 있어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북한, “5년 내 정찰위성 방사” 장담

북한은 지난 3월 10일 “5년 내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뒤, 27일과 지난달 5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 단계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정찰위성의 촬영 능력과 조종 지령(지시)체계 정확성 등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는 정찰위성의 성능과 해상도에 따라 군사력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러시아도 미국 정찰위성의 첨단 기능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 크다. 지상 부대가 낡은 무전기 등 도청에 취약한 장비에 의존하는 바람에 정찰위성의 정보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은 지금 이 시각에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군대와 탱크, 장갑차 움직임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 감청 기능으로 러시아군의 통신 내용까지 다 듣고 있다. 이러니 군사력 2위 러시아가 22위 우크라이나에 쩔쩔매는 것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