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침체인 줄 알았는데…수천만원 웃돈 쏟아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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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분양권 시장 '들썩'올해 들어 전국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 새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정책을 기대하면서 지켜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남 나주시 아파트 분양권 시장은 뜨겁다.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부는 건 물론이고 올들어 300건 이상 손바뀜했다. 나주시에 처음으로 들어선 브랜드 대단지인데다 비규제지역 매력이 도드라지면서 거래가 활발하다
올해들어 손바뀜 300건 넘어
투자선도지구 지정된 송월동 일대
브랜드 아파트·비규제지역 요인
2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남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전남 나주시 송월동에 들어설 예정인 ‘나주역자이리버파크’(1554가구)로 329건이 거래됐다. 2025년 입주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 거래되는 것은 분양권이다. 전용면적 84㎡와 116㎡가 주로 거래되고 있다.전용 84㎡의 경우 분양권에 붙은 웃돈(프리미엄)이 3000만~4000만원대로 거래된다. 전용 116㎡의 경우 5000만~6000만원대의 웃돈이 붙었는데, 10층 이상 로열층으로 올라가면 7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용 84㎡ 분양가는 3억6400만원(최고가), 전용 116㎡ 분양가는 5억4800만원(최고가)임을 고려하면 웃돈까지 더해져 4억~6억원까지 가격이 뛴 것이다.
나주시 송월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 1월 당첨자 발표 이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현재 단타 수요는 거의 빠져나갔고,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매수인이 매도인이 내야 할 양도세를 부담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할 때 세율은 1년 미만 보유 70%, 1~2년 보유 60%인데 이를 웃돈에 추가해 거래한다는 것이다. 송월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 단지의 경우 매도인보다 매수인이 더 많다"며 "분양권을 거래할 때 매도인이 낼 양도세를 매수인이 '대납'하는 식으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나주시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대단지 아파트가 오랜만에 공급돼서다. 아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이번 ‘나주역자이리버파크’까지 공급된 물량은 총 8945가구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433가구는 2017년과 2018년 공급됐다. 2019년엔 공급이 전무했고 2020년 빛가람동 ‘이노시티애시앙’ 1478가구, 올해 10월 입주하는 금천면 ‘빛가람코오롱하늘채’ 1480가구 정도였다.
송월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그간 나주에 아파트 공급이 그리 많지 않았다"며 "대형 건설사에서 짓는 브랜드다보니 더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비규제지역이라는 이점도 함께 작용했다.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6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 생기고, 주택 소유에 상관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모든 면적대 100% 추첨제로 청약이 가능하다. 계약 이후 즉시 전매할 수 있다. 대출 규제도 느슨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나온다.송월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광주시는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등 5곳 모두 조정대상지역이기 때문에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규제가 있다"며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나주시가 주목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문의를 많이 했지만, 특히 광주시에 있는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나주역자이리버파크’가 들어서는 송월동은 최근 들어 나주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하는 곳이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이 일대 78만191㎡를 ‘빛가람 에너지 클러스터 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하면서다. 투자선도지구는 국토부가 발전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지역을 성장거점으로 삼고 국비를 지원해 개발하는 복합도시개발사업이다. 건폐율·용적률 완화, 세제 혜택 등을 적용해 개발 효과를 끌어올린다.
투자선도지구에 투입되는 총사업비는 2138억원이다. KTX 나주역을 중심으로 혁신창업타운·에너지 체험공원·스포츠파크 등 에너지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각종 업무·상업·문화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개발 끝나면 5635억원 규모 생산유발효과를 비롯해 부가가치유발효과 1533억원, 2836명 추가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송월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대표는 "그동안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들어오면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KTX 나주역 일대는 혁신도시보다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28일) 기준 나주시 아파트값은 0.07% 상승했다. 전주(0.05%)보다 소폭 상승했다. 전남 다른 지역인 △순천(-0.11%) △여수(-0.03%) △광양(-0.03%) △무안(0.00%) △목포(0.02%) 등에 비해 상승률이 높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