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부동산 정책 기대감...미리 뛰는 대형 건설사 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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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실용주의와 국민 이익을 새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습니다. 각 산업, 더 좁게는 각 기업들은 윤 당선인의 발언과 새로 추진되는 정책들의 유불리를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대다수 산업이 그렇지만 유난히 셈법이 복잡한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건설업이죠. 차기 정부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주택공급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거든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까지 주택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탄탄한 실적 흐름을 보였습니다. 올 들어선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죠. 일부 지역에서 분양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에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 아이파크 사고까지 맞물려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기도 했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도 건설사엔 주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일단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부터 볼까요. 차기 정부의 부동산 공약은 주택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큰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네요.이렇다 보니 수도권 정비 사업 비중이 크고 민간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역량이 우수한 대형 건설사들이 주요 수혜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의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한 세제보다 정부 단독으로 추진 가능한 대출 규제 완화나 규제 지역 해제 등을 먼저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 심리 개선으로 주택 거래량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앞으로 거시 변수나 주택 수급에 따른 지역별 부동산 경기 차별화로 건설사별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나 매출 기반에 긍정적인 작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은 게 사실이랍니다.
다음으로 유동성 대응능력도 신용평가사들의 고려 요인 중 하나랍니다. 올 초 화정 아이파크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용 보강을 제공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의 차환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죠. 단기 위주로 구성된 PF 유동화증권의 특성을 봤을 때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시공사에 대형 악재가 생기면 차환 여건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대형 건설사보다는 신용등급 A급(A-~A+) 이하 건설사들이 관찰 대상이 되고 있고요. 올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존 진행 사업장의 감리·감독 강화나 안전 전담 조직 관련 지출은 수익 구조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답니다.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살펴봐야 합니다. 올 들어 시멘트, 레미콘 등 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사비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도급 공사에서 원자재 가격과 연계된 원가의 비중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약 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답니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을 때 차기 정부에서 대형 건설사들엔 실보단 득이 많을 것이라는 게 기관투자가들의 판단입니다. 올 들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만 유독 선방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만 해도 2년 만인 올 3월 말 공개모집 회사채 시장에 복귀했는데 당초 모집액(3000억원)의 세 배 가까운 투자 수요(8400억원)를 끌어냈거든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중대재해법 시행 등 부정적인 변수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