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창업자 송삼석 명예회장 별세…향년 94세

국내 대표 문구기업 모나미의 창업자인 송삼석 명예회장(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모나미에 따르면 송 명예회장은 1일 12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928년 전북 완주 출생인 그는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회화구류 제조업체 광신화학공업을 설립했다. 이후 필기구의 심 끝에 금속 구를 단 볼펜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혁신적인 필기구를 잇달아 선보이며 모나미를 국내 문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다.국내 최초의 볼펜인 ‘모나미 153’은 반세기 넘게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송 명예회장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1962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서 전자계산기를 전시하러 온 일본 회사 직원이 볼펜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편리함에 감탄해 볼펜 개발에 뛰어들었다. 잉크의 점도를 최적화하고, 팁(볼펜 앞쪽의 뾰족한 부분)과 금속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꼬박 1년을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1963년 5월 1일 모나미 153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만년필이 주류였던 당시 문구 시장에 잉크 칠이 필요 없고 가격 부담이 적은 볼펜의 등장은 ‘필기구 혁명’일 만큼 파급력이 강했다.

검은색과 흰색이 조합된 육각형 모양의 모나미 153은 회사의 상징이자 사무용품의 대명사가 됐다. 광신화학공업은 1974년 회사 이름을 아예 모나미로 바꿨다. 송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은 이후 매직, 프러스펜, 네임펜 등 혁신적인 필기구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모두 모나미가 최초로 개발했지만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이름들이다.

송 명예회장은 1997년 모나미의 경영권을 장남인 송하경 모나미 회장에게 물려줬다. 송 회장은 국내에 없던 볼펜을 개발해 내놓았던 부친의 도전 정신을 물려받아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60여년간 축적한 염료 배합 노하우를 활용해 색조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게 좋은 예다. 모나미는 경기 군포에 마련한 제조공장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ODM(제조업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국내외 대형 화장품 기업에 납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유족으로는 송 회장, 송하철 모나미 부회장, 송하윤 모나미 사장이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