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美·유럽에 공장 신설…LG엔솔, 3위에 턱밑 추격당했다

中 배터리, 유럽·美에 신공장 건설
1위 CATL, 34.4%로 점유율 확대
LG엔솔 13.8%, BYD가 턱밑 추격
LFP 탑재 원하는 車 업계 수요 늘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 미국에 잇따라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자국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안방’ 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글로벌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중국 기업의 주 제품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원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원자재(니켈, 코발트 등) 가격 급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크게 좁아진 한국 배터리 업체의 입지가 앞으로 더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엔솔, 2위 자리 위태

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올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34.4%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5%에서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7%에서 13.8%로 줄었다. 3위 중국 BYD(6.9%→11.9%)가 턱 밑까지 추격하며 압도적인 2위 자리도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6.0%에서 3.8%로 감소해 중국 CALB(3.2%→4.4%)에 밀려 7위를 차지했다. SK온(5.4%→6.5%)은 점유율이 증가했으나 중국 업체의 성장에 밀려 5위에 자리했다.중국 배터리 탑재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LFP의 가격 경쟁력 덕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값싼 재료를 이용해 NCM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중저가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어 LFP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체들은 주요 양극재 가격에 따라 납품가를 조정하는데, LFP는 NCM보다 가격 변동폭이 안정적이다. 게다가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를 58% 이상 생산하는 만큼 ‘자원 무기화’ 국면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원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中 배터리, 해외에 신공장 구축

자사 공장 인근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두길 원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따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잇따라 해외 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착공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거진 부품 공급망 혼란에 대응하고 물류비를 절약하기 위한 전략이다.

점유율 10위인 중국 EVE에너지는 최근 헝가리에 원통형 배터리 셀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EVE에너지는 지난해 BMW가 80억유로(약 10조7000억원) 규모로 발주한 배터리 공급업체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는 유럽에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헝가리에 거점을 이미 확보한 삼성SDI, SK온과의 납품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유율 8위 중국 궈쉬안은 독일의 보쉬 공장을 인수해 첫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CATL은 올해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해 2025년까지 연 100GWh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은 최근 양산을 시작한 테슬라 기가팩토리뿐 아니라 설립 예정인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공장 등 수요가 많은 곳이다.

북미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다. CATL은 50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북미에 80GWh 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처음으로 지을 계획이다. 궈쉬안도 북미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중국 엔비전AESC는 르노와 프랑스에 생산 거점(30GWh)을 짓고 메르세데스벤츠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술 투자도 늘려

안정적인 공급력을 지닌 중국 배터리 기업은 기술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CATL은 모듈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배터리 셀을 바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TP)’ 3세대 기술을 적용한 ‘기린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최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모듈이 들어갈 공간에 셀을 더 넣을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고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최근 테슬라가 양산을 준비해 각광받고 있는 ‘4680 배터리’보다 용량이 13% 크다는게 회사 측 주장이다. CATL은 화재 사고에 대비한 ‘무열확산’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