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는 누구인가…공직사회서 '자기관리 끝판왕'으로 통해

"적이 없는 지독한 워커홀릭"
정치 성향 드러내지 않고
조직 장악력 뛰어난 '화합형'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경제부처에서 ‘지독한 일벌레’로 유명했다. 그와 친분이 있는 한 전직 관료는 “요즘 말로 하면 ‘자기관리의 끝판왕’이었다”고 했다. 성품은 온화하고 부드럽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인·언론인·기업인 가릴 것 없이 한 전 총리를 겪은 인사들은 “누구에게나 프렌들리한 성격으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하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 전 총리는 1949년 전북 전주 출생이다.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한 관료 출신 정치인은 “공무원이 하버드대로 유학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공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셈”이라고 말했다. 병역은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행정고시 8회로 1970년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경제기획원, 상공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등을 맡으며 관료로서 승승장구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영전했다. 다음 정권인 노무현 정부도 한 전 총리를 중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에게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자리를 연달아 맡겼다. 전 정부 핵심 인사였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미 외교·통상 전문가로 높은 평가를 받아 주미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자기관리는 공직사회에서 아직도 회자된다. 총리 재임 시절 참모들보다 먼저 일어나 조간신문을 모두 검토한 뒤 회의에 들어갈 정도로 부지런해 아랫사람들이 힘들어했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한 전 총리는 정치적 행동이나 판단을 하기보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고위공무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창 언론사와 싸우고 있을 때도 ‘자동차 꼬리 물기 단속’을 독려하는 회의를 주재했던 한 전 총리의 모습이 그 당시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졌다”고 회고했다.자신의 정치적 입장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입해 공무원들 사이에서 ‘배울 것이 많은 선배’로 통했다는 전언이다. 한 전 총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미 일하고 있는 인수위원회의 정책 방향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리를 맡게 된다면 주어진 임무를 어떻게 잘 수행할지를 놓고 최선을 다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결정하고 지시하기보다 토론을 중시하고, 좋아하는 성향도 갖췄다. 총리 시절 영리병원 도입 문제를 검토할 당시 이례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관료들을 모두 모아 토론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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