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업 불확실성 커진 휴젤, 주가 13% '주르륵'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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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3월 28~4월 1일 주간 가장 주목을 받은 바이오 헬스케어 종목은 휴젤입니다. 휴젤은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업체입니다. 그런 휴젤의 주가가 1일 13.2%(13만9100원→12만700원) 급락했습니다. 2020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주가 급락은 또 다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 메디톡스가 휴젤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기 때문입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미국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시장은 판단한 모양입니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菌)에서 뽑아낸 독성 단백질입니다. 원래 사시 치료에 쓰이다가 눈가 주름 개선 효과가 알려지면서 피부 미용 쪽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애브비(옛 엘러간)의 제품명 '보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고유명사처럼 돼버린 케이스입니다.(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국내 제품명은 메디톡신, 휴젤은 보툴렉스입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주에서 뽑아낸 독소를 정제해 원액으로 씁니다. '균주'가 가장 중요한 원료인 셈입니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신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몰래 훔쳐다 썼다는 겁니다. 물론 휴젤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휴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경기도 가평, 양평 일대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통조림, 밀봉 제품을 수거해 부패를 진행시켜 혐기 배양을 한 후 보툴리눔 톡신으로 추정되는 세포들을 분류해 실험을 계속한 결과 얻은 균주다."
메디톡스는 '통조림에서 균주를 얻었다'는 휴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자신들의 균주에서 유래한 균주라고 주장합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균주의 염기서열을 비교해보면 같은 균주에서 유래됐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휴젤이 이를 거부한다"고 했습니다.
메디톡스가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건 대웅제약을 상대로 똑같은 소송을 제기했다가 쏠쏠한 이득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대웅제약을 ITC에 제소했고, 2년여간의 소송 끝에 21개월 수입금지 조치 결과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대웅제약은 경기 용인 땅에서 발견한 균주라고 주장)
메디톡스는 ITC 최종 판결 이후 대웅제약의 미국 판매 파트너사(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와 차례로 합의를 했습니다. 합의금과 주식,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이 메디톡스가 합의를 통해 얻어낸 성과입니다.
휴젤 주가가 급락한 건 이런 전례 때문입니다. ITC 소송에서 승소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패소하면 일정 기간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질텐데, 이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합의를 해줘야 할 겁니다.
휴젤은 상반기 내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 '레티보(미국 제품명)' 허가를 받아 연내 출시할 계획에 있습니다.
FDA 허가는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는 것이어서 ITC 소송과 별개지만 출시 이후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주가에는 악재입니다. 미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가장 큰 보툴리눔 톡신 시장입니다.이수앱지스는 이번 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입니다. 1일에만 21.9% 급등해 823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나온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ISU203) 전용실시권 확보 뉴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앱지스는 2019년부터 경북대 연구진과 ISU203을 개발해왔는데,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포함 43억원에 ISU203 개발과 생산, 전세계 판매 전용실시권을 확보했습니다.
원래 ISU203에 대한 특허권 지분은 이수앱지스와 경북대가 절반씩이었습니다. 이수앱지스가 전용실시권을 확보했다는 건 ISU203에 대한 독점적인 사용권을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ISU203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과발현되는 ASM(Acid sphingomyelinase)이라는 염증유발 효소를 억제하는 항체신약입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ISU는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다른 작용 기전"이라며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날 뉴스가 이수앱지스에 긍정적인 뉴스는 맞지만 20% 넘게 급등할 만한 호재인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워낙 낮은 레벨에 있던 상황에서 호재성 뉴스가 나오자 주가가 과도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한편 이수앱지스는 4일부터 7일까지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합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3월 28~4월 1일 주간 가장 주목을 받은 바이오 헬스케어 종목은 휴젤입니다. 휴젤은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업체입니다. 그런 휴젤의 주가가 1일 13.2%(13만9100원→12만700원) 급락했습니다. 2020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주가 급락은 또 다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 메디톡스가 휴젤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기 때문입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미국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시장은 판단한 모양입니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菌)에서 뽑아낸 독성 단백질입니다. 원래 사시 치료에 쓰이다가 눈가 주름 개선 효과가 알려지면서 피부 미용 쪽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애브비(옛 엘러간)의 제품명 '보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고유명사처럼 돼버린 케이스입니다.(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국내 제품명은 메디톡신, 휴젤은 보툴렉스입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주에서 뽑아낸 독소를 정제해 원액으로 씁니다. '균주'가 가장 중요한 원료인 셈입니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신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몰래 훔쳐다 썼다는 겁니다. 물론 휴젤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휴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경기도 가평, 양평 일대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통조림, 밀봉 제품을 수거해 부패를 진행시켜 혐기 배양을 한 후 보툴리눔 톡신으로 추정되는 세포들을 분류해 실험을 계속한 결과 얻은 균주다."
메디톡스는 '통조림에서 균주를 얻었다'는 휴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자신들의 균주에서 유래한 균주라고 주장합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균주의 염기서열을 비교해보면 같은 균주에서 유래됐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휴젤이 이를 거부한다"고 했습니다.
메디톡스가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건 대웅제약을 상대로 똑같은 소송을 제기했다가 쏠쏠한 이득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대웅제약을 ITC에 제소했고, 2년여간의 소송 끝에 21개월 수입금지 조치 결과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대웅제약은 경기 용인 땅에서 발견한 균주라고 주장)
메디톡스는 ITC 최종 판결 이후 대웅제약의 미국 판매 파트너사(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와 차례로 합의를 했습니다. 합의금과 주식,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이 메디톡스가 합의를 통해 얻어낸 성과입니다.
휴젤 주가가 급락한 건 이런 전례 때문입니다. ITC 소송에서 승소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패소하면 일정 기간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질텐데, 이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합의를 해줘야 할 겁니다.
휴젤은 상반기 내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 '레티보(미국 제품명)' 허가를 받아 연내 출시할 계획에 있습니다.
FDA 허가는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는 것이어서 ITC 소송과 별개지만 출시 이후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주가에는 악재입니다. 미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가장 큰 보툴리눔 톡신 시장입니다.이수앱지스는 이번 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입니다. 1일에만 21.9% 급등해 823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나온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ISU203) 전용실시권 확보 뉴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앱지스는 2019년부터 경북대 연구진과 ISU203을 개발해왔는데,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포함 43억원에 ISU203 개발과 생산, 전세계 판매 전용실시권을 확보했습니다.
원래 ISU203에 대한 특허권 지분은 이수앱지스와 경북대가 절반씩이었습니다. 이수앱지스가 전용실시권을 확보했다는 건 ISU203에 대한 독점적인 사용권을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ISU203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과발현되는 ASM(Acid sphingomyelinase)이라는 염증유발 효소를 억제하는 항체신약입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ISU는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다른 작용 기전"이라며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날 뉴스가 이수앱지스에 긍정적인 뉴스는 맞지만 20% 넘게 급등할 만한 호재인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워낙 낮은 레벨에 있던 상황에서 호재성 뉴스가 나오자 주가가 과도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한편 이수앱지스는 4일부터 7일까지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합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