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사태 공식 사과…"부끄럽다"

바티칸 방문 원주민 대표단 접견…7월말 캐나다 방문 뜻도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이 19∼20세기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교황은 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퍼스트네이션스·매티스·이누이트 등 3대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번 일에 분노와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며 이러한 뜻을 밝혔다.

교황은 "여러분 중 일부가 경험한 고통·고난·차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학대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열등감을 심어주고 문화적 정체성을 강탈하고 그 뿌리를 끊는 일은 생각만 해도 오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일로 분노와 수치라는 두 가지 감정을 매우 강하게 느꼈다"면서 "가톨릭교회 구성원의 개탄스러운 행위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매우 고통스럽다는 점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부연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오는 7월 말 캐나다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녀 안나' 축일(7월 26일)을 언급하며 "올해는 그즈음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은 작년 말 캐나다 주교회의의 초청을 수락하며 머지않은 시점에 캐나다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캐나다에서는 작년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천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9세기 초반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고자 설립했다.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는데 길게는 1996년까지 존속했다.

정부 측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139개교에 총 15만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학대와 성폭행, 영양 결핍 등에 시달렸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문화적 집단학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캐나다 주교단은 유해 발굴을 계기로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작년 9월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엄청난 학대가 저질러졌음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했다.

교황도 이 일로 매우 고통스럽다는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남미 대륙에서 배출한 사상 첫 로마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아메리카 식민 시대 가톨릭교회가 복음 전파라는 미명 아래 저지른 악행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로 사과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