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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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어령 선생은 죽음을 관찰해 본 결과 "죽음은 어머니가 밥 먹으라 부르는 소리"처럼 또 하나의 생명으로, 삶과 죽음은 손바닥과 손등같이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에서 무지개 송어 낚시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가는 다양한 과정을 보여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흐르는 강물 속으로 위태롭게 걸어들어가는 사람들의 선택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벽하게 존중할 수는 있을 것 같다.<영화 줄거리 요약>
1900년대 초, 스코틀랜드에서 이민 온 장로교 목사 리버런드 맥클레인(톰 스커릿 분)은 아들 노만(크레이그 쉐퍼 분) 과 폴(브래드 피트 분) 그리고 부인과 함께 몬타나 블랙풋 강가의 교회에서 살면서 플라이 낚시를 종교와 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아들들도 아버지로부터 낚시를 배우며 낚시를 배우면 성장하게 된다. 장성한 맏아들 노만은 동부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동생 폴은 고향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낚시를 인생의 최고 목표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두 형제는 형제애가 깊으면서도 경쟁적인 관계다. 공부를 하고 돌아온 노만 앞에서 폴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 낚시 솜씨로 온 가족을 기쁘게 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며 도박을 즐기던 폴이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폭행당해 사망하자 가족들은 상실감에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원작:시카고대 영문학 교수 노먼 매클린 교수가 70세가 넘은 나이에 쓴 자전적 소설을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을 맡아 영화로 제작하고 내레이션도 맡았다. 아름다운 회화성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였다]<관전 포인트>
A. 아버지의 자녀 교육 방식은?
" 인간은 원래 사악한 존재로 구원이나 송어처럼 좋은 것들은 은총으로 얻어지는 것이며, 은총은 예술을 통해 얻어지는데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라고 여기며 엄격한 훈육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지만 한편으론 문학을 좋아하고 낚시광이기도 해서 오전에는 문학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어김없이 몬태나의 멋진 대자연으로 나가 아이들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색의 시간을 갖고 낚시의 기술을 전수하면서 그곳에서 인내, 절제, 실천, 죽음, 사랑을 깨닫게 한다. B. 두 아들의 다른 성격은?
@ 형 노먼: 시를 좋아하며 절제되고 온화한 성격으로 성장하여 집에서 3천 마일이나 떨어진 다트머스 대학으로 떠나 6년간 공부한 후 집으로 돌아오고 제시라는 여자와 결혼 후 시카고대학교 교수로 떠난다.
@ 동생 폴: 어릴 적부터 형을 충동질하여 급류 보트 타기를 하는 등 대담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고 두려움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장성하여 지역 신문사 기자가 된다. 그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도박으로 많은 돈을 빚지면서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C. 동생 폴의 낚시에 이르게 된 경지는?
형인 노먼이 6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3부자가 낚시를 하게 되었을 때, 폴은 아버지에게 배운 네 박자 리듬 타기 방식에서 벗어나 줄을 수면에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 던지기' 방식의 독창적인 플라이 피싱(Fly fishing)으로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면서도 낚싯대를 포기하지 않아 아주 큰 무지개 송어를 낚아 올리게 된다. 평소 칭찬에 인색했던 아버지도 "넌 정말 훌륭한 플라잉 낚시꾼이야"라며 마치 모든 법칙에서 예술작품 같은 모습에 감탄하며 "He was beautiful"이라고 소리친다.
D 노먼이 훌륭한 작가가 된 배경은?
어릴 적 아버지는 노먼에게 완벽한 글을 쓰게 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고치도록 하고 심지어 반으로 줄이라고 강요했다. 완성된 글은 버리도록 하면서 끈기와 인내라는 가치는 경험을 통해 체득된다는 것을 가르쳤다. 즉, 하기 싫은 것을 마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는 능력, 한 가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능력을 심어준 것이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둘째 폴에게는 그런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두 형제는 마치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에 나오는 영성과 지성의 구도자인 나르치스와 끊임없이 낯선 욕망의 세계에 부딪히던 골드문트를 떠올리게 한다.
E. 폴이 죽고 아버지가 마지막 설교에서 남기 말은?
엄격했지만 폴은 늘 아버지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마지막 설교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고,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 우리 손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라며 마치 예술작품 같은 플라이 낚시를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아들 폴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나타낸다.<에필로그>
지난 3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8,000여 명으로 전체 사망자 1만 6,230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전국 화장장이 포화상태로 보통 3일장이던 장례 기간은 6~7일장으로 두 배 이상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 생활 불편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죽는다"라는 철학자의 말이 아니라도 죽음이 우리들 곁에 훨씬 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낀다. 본인의 죽음은 남아있는 가족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던 관념에서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성찰하는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인생은 예술 작품이 아니고 영원히 계속될 수도 없다"라는 말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겸손함과 용기를 배우게 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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