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엄한 경계 속 도쿄 소녀상 전시…일본우익 진입 시도

우익단체, 가두차량 이용해 '표현의 부자유전' 방해
'평화의 소녀상' 등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는 2일 현지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시작됐다. 일본 우익단체들의 방해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께 한국·일본 취재진에 사전 공개되기 전부터 전시장인 도쿄도 구니타치시 구니타치시민예술홀 주변에는 수십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일본 시민단체인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가 이날부터 나흘 동안 개최하는 전시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원근(遠近)을 껴안고'라는 작품도 전시됐다.
'원근을 껴안고'는 히로히토(1901∼1989) 일왕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16명의 작가가 만든 수십 종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일본 우익은 '평화의 소녀상'과 '원근을 껴안고' 두 작품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우익 단체들은 전시장 앞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은 일본인 모멸·차별을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확성기가 달린 가두선전 차량을 동원해 전시장 주위를 돌면서 "천황 폐하(일왕)를 야유하는 전시 중단하라", "일본의 수치다. 일본을 떠나라"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하는 등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차량에서 일부 우익 인사가 내려 전시장 진입을 시도했고, 현지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진입을 막자 우익 인사가 "만지지 마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시장 입구 앞에선 표현의 부자유전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도쿄는 파시즘에 반대'(영어)라고 쓰인 손팻말 등을 들고 우익의 방해 시위에 항의했다.
우익 단체의 방해 속에도 표현의 부자유전 일반 관람은 경찰의 경비 속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전시회에는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과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 등 한국 관련 작품도 다수 소개됐다.

70대 일본인 관람객은 "일본이 과거 저질렀던 일들을 알게 돼 정말 부끄러웠다"며 "그리고 이런 전시회를 여는 것에 대해 밖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반대하는 것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우익 단체를 향해 일침을 놓았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이 정말 인상 깊었다"며 "일본이 정말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관람평을 밝혔다.

20대 관람객은 "('원근을 껴안고' 등) 천황(일왕) 작품을 보러 왔다"며 "어떤 식으로 (일왕에) 반대하는지 작품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와사키 사다아키 실행위 공동대표는 이날 수십 명의 한일 취재진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것(표현의 부자유전)이 아니라면 일본에선 볼 수 없는 작품이 된다"며 "(우익의 방해로) 나흘간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많은 분의 협력으로 개최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실행위는 나흘 동안 약 1천600명의 시민이 평화의 소녀상 등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전을 관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공식적으로 전시된 것은 2015년 1월 도쿄 네리마구에서 개최된 표현의 부자유전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