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향 피우고, 나비 날리고…"화려한 무대 연출과 만난 전통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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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묵으로 펼쳐지는 우리춤'무대에 나비가 날아다니고 화가가 수묵화를 그린다. 그 앞에 선 무용수들은 단아한 동작으로 정갈한 춤을 선보인다. 한국 무용에 현대적인 무대 연출을 덧씌운 무용극 ‘한지 위의 우리춤’의 한 장면이다.
차수정 무용단, 12회 매진 기록한
'한지위의 우리춤' 새 감각으로 각색
‘한국 무용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차수정 순헌무용단이 오는 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국의 색과 향을 한지 위에 새로운 감각으로 형상화한 무용극 ‘필묵으로 펼쳐지는 우리춤’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차수정 무용단 예술감독이 대표작 ‘한지 위의 우리춤’의 얼개를 유지한 채 대극장용으로 각색한 무대다. 한국 무용에 서사를 입혀 태평무, 살풀이춤, 소고춤, 승무 등을 담는다. 차 감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다.무용단은 이번 공연에서도 다양한 무대 연출을 무용극에 접목한다. 무대 뒤편에 8m 길이의 화선지를 설치해 화가 고정두가 수묵화를 그린다. ‘나비 살풀이춤’을 출 때는 살아있는 배추흰나비를 무대에 날린다. ‘화조풍월’ 군무가 펼쳐지는 장면에선 객석에 향을 피운다. 차 감독은 “이전 공연과 달리 적색, 청색 등 오방색을 활용해 무대를 꾸민다”며 “군무에도 역동적인 안무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인 ‘한지 위의 우리춤’은 2013년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코우스)’에서 초연한 뒤 작년까지 12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그 사이 무대는 200석짜리 소극장에서 1200석 대극장으로 커졌다.
대중적 인기뿐 아니라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장석용 무용평론가는 “전통춤을 보존하면서도 무용극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윤대성 무용평론가는 “다섯 가지 한국 무용을 하나로 엮어내고 동시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개성을 뽑아낸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에선 벽사(碧史) 한영숙(1920~1989)이 발전시킨 벽사춤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벽사춤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내려온 승무(僧舞), 남무(男舞) 등을 명인 한성준이 집대성한 춤이다. 딸인 한영숙이 물려받았고, 다시 한영숙의 수제자 고(故) 정재만을 거쳐 차 감독으로 이어졌다.
차 감독은 승무와 살풀이춤 등을 변형시켜 독창적인 안무를 선보여 왔다. 그는 “벽사춤의 특징은 혼자 출 때는 극도로 동작을 절제하지만 군무할 땐 역동성이 넘치게 춘다는 점”이라며 “보면 볼수록 힘이 느껴지는 수묵담채화 같은 춤”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