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플레 먹구름…내년 최저임금 반드시 업종·지역별 차등화해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착수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2020년 시급 1만원)으로 지난 5년간 인상률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면, 올해는 제도 변화 여부에 좀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검토해야 할 것”이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이 제도 개선의 촉매제가 됐다.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경영계는 업종·기업 규모별로 임금 지급능력에 차이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36%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통계도 있다. 최저임금법도 제정(1986년) 때부터 ‘사업의 종류별 구분’이 가능하도록 규정(제4조 2항)했으나, 1988년 한 차례 적용 이후 거의 사문화했다. 특정 업종의 저임금이 고착되면 ‘근로자 생활 안정’이란 법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노동계 반대 때문이다.하지만 최저임금법은 ‘노동력의 질적 향상’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상 제1조)도 목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제4조 1항)는 규정까지 보면 노동계 주장에 편협한 부분이 없지 않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위기로 폐업까지 하는 마당에 차등 적용을 무조건 거부할 명분도 적다.

지역별 차등화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고(高)임금 지역으로 근로자가 몰려 자연히 지역 균형발전이 저해된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낮은 인건비가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돼 저개발 지역에 기업 투자가 늘 수 있고, 지역 임금을 높이려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2013년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시행했다. 적용 기준을 세심하게 만드는 등 제도 설계의 묘를 발휘하면 부작용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때문에 올해도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불가피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160원으로, 내년엔 1만원으로 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치명적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헤아려야 하고 비대면 환경에서 업종별 지역별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경기 여건과 사업 환경의 다양성에 부합하는 탄력적 제도 운영과 차등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극한 대결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 모델을 만들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