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송곳 검증 예고…"어물쩍 안 넘어갈 것"

한덕수 총리 지명 與野 반응

박홍근 "DJ·노무현 정부 경력
청문 과정에서 전혀 고려안해"

투기감시센터, 옛 정책 실패 지적
'저축銀 사태' 책임 공방 예상

국힘 "韓후보자, 능력 이미 검증
코로나 위기 국민 삶 보듬을 인사"
차기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며 향후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쳐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강도 높은 검증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인사검증 TF 구성할 것”

연합뉴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사진)는 3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면밀하고 엄정한 검증을 진행하겠다”며 “총리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실력이나 전문성,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행하던 15년 전과 달리 대한민국은 기후위기와 신냉전, 고령화 등 질적으로 다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 후보자의 국정운영 철학과 능력,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 후보자의 경력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고향이 어디냐, 어느 정부에서 일했느냐 등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나 정략적 목적을 위한 발목잡기는 하지 않겠지만 민주당의 가치에 후퇴되는 인사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총력전에는 인사 청문회와 차기 정부 출범,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주요 정치 일정과 관련한 포석이 깔려 있다. 차기 정부 출범을 전후해 민심 이반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권 초 우호적이 여론이 굳어져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첫 내각 인선에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등의 프레임을 적용해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이명박 정부 당시 대여 투쟁이 모범 사례로 오르내린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이어지며 민주당은 17대 대선에서 큰 표 차로 패배하고도 여론을 어느 정도 반전시킬 수 있었다.

저축은행 사태 등 책임 공방 예상

한 후보자는 긴 공직자 경력으로 인해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자녀가 없어 관련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지만 과거 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부담이다. 자본시장 관련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일 인수위가 있는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기업의 대출 한도를 없앤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씨앗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후보자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며 능력이 검증됐다”며 “코로나19와 대내외적 경제위기 속에 고통받고 있는 국민의 삶을 보듬을 인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당은 인수위에서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별도 TF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는 TF를 구성해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견해를 모으고 방침을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으로 예상되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는 “성평등 전담 부서가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