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DSR 완화,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

"대출규제 한꺼번에 풀면
부동산 다시 자극 우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이 개인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높이는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DSR 규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DSR 규제도 일부 풀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지만 집값 자극을 우려한 인수위가 신중한 접근법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선 공약대로 LTV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DSR 규제는 현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인수위는 지난달 심교언 경제2분과 전문위원(팀장·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경제1~2분과,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TF를 발족했다. TF는 △주택 250만 가구 공급 로드맵 △도심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청년 및 취약계층 주거 지원 △부동산 세금 부담 완화 △대출 규제 합리화 △임대차 시장 안정 등 주요 관련 과제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TF 관계자는 “DSR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 올 들어 가까스로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 임기 5년간 이어질 신규 주택 공급 로드맵과 맞물려 대출 규제 역시 단계적인 완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DSR까지 풀면 집값 다시 자극…LTV만 완화 검토

올해 들어 금리 상승 등으로 한풀 꺾였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의 3월 4주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 보합(0.00%)에서 0.01%로 상승 전환했다.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 위주로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올 들어 석 달 연속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긴 했지만 향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이 본격화하면 잠재 부실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인수위 관계자는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해소해줘야겠지만 문재인 정부처럼 의욕만 앞서 집값을 폭등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대선 공약집을 만들 때부터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는 명시하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제외한 것도 이런 취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약집에 LTV 규제를 ‘일괄 70%’로 완화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최대 80%까지 상향하는 정책이 담겨 있지만 DSR 규제는 언급조차 없다.

현재 LTV는 규제지역과 주택 시세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은 40%, 9억원 초과는 20%가 상한이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에서 12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면 9억원까지 4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0%가 적용돼 총 4억2000만원(9억원×40%+3억원×2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DSR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규제 장치다.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 대비로 따져 대출 한도를 산출한다. 주담대뿐 아니라 모든 금융권 대출을 합산한다. 현재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신규 대출은 개인별 DSR이 40%(비은행권은 50%)를 넘을 수 없다. 즉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합쳐 연간 4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오는 7월부터 총 대출액 기준선이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강화된다.

다만 인수위는 이 같은 DSR 규제 추가 강화에 대해선 조정 여지를 열어놨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DSR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역시 TF에서 마련 중인 종합대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박진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