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靑 주도 국정운영은 불가능…장관이 함께 일할 사람 뽑게 해야"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터뷰

산하기관 인사권도 줘야
총요소생산성 꺼내들다
재건축 규제완화 신중해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정책을 주도하는 국정 운용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경제부처뿐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들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불합리한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분권형 책임장관제’에 대해선 “장관이 해당 부처뿐 아니라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밤 윤석열 당선인과 약 세 시간 동안 만나 향후 국정 운영과 조각(組閣)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견을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관이 우수한 사람 가장 잘 알아

한 후보자는 책임장관제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차관 등 후속 인사를 장관이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부처에서 가장 우수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을 천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장관”이라고 설명했다. “권한을 주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미대사 시절 체험한 미국의 장관 임명 제도를 예로 들었다. 한 후보자는 “미국에선 새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할 때 장관들이 ‘이런 과제를 하겠다’는 계약서를 부통령에게 제출하도록 한다”며 “특정 사안에 관해선 모든 권한을 주고 성과가 미진하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시간과 노력의 절반 이상은 국민, 정치권, 언론과 소통하는 데 써야 한다”며 “포퓰리즘 정책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라고 했다.

경제부처만으론 성장 못해

한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며 “경제부처뿐만 아니라 정부 전 부처가 나서서 제도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집권화된 원톱이 커맨드(지시)를 한다고 성장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총요소생산성’을 거론하며 “자본과 노동을 추가 투입하는 것보다 정치권의 협치, 빈부 격차 해소, 경쟁 촉진, 투명 사회 등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총요소생산성은 경영 혁신, 근로자 업무 능력, 기술 진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의 결합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의미한다. 그는 ‘윤 당선인이 공약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총요소생산성을 이루는 요소들은 굉장히 많다. 복지는 그중 하나”라며 “성장을 하면서 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 불만이 생겨나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는 이치”라고 설명했다.

협치와 통합으로 국가 생산력 높여야

한 후보자는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한 공식 기자회견에선 △국익 외교와 국방 자강력 △재정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높은 국가 등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한 후보자는 “최근 전염병 대응을 위해 재정, 금융 쪽의 확장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이 없으면 중장기적으로 대외적 신뢰와 안정을 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큰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라고 했다. 한 후보자의 이런 의견은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과 맥이 닿는다.다만 한 후보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보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후보자는 “코비드(COVID)19라는 팬데믹에 온 국민이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런 전염병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 특히 중소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전날 무엇을 당부했나’라는 질문에 “많은 과제가 있는데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간 협력 등 협치가 논의됐다”며 “야당하고 협치를 잘하자는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의 인연’을 묻는 말엔 “당선인이 2011년 대검 중수부에 재직하던 시절 미국을 방문했을 때 주미대사였던 저와 우연히 마주친 게 전부”라며 “대선 기간엔 지난 2월 전북 재경 신년인사회 행사 때 잠깐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재건축 서두르면 집값 자극

한 후보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해 “공급을 늘린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재건축이 빠른 스피드로 이뤄지면 그것 자체가 또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체 부동산 정책 중에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은 상당히 좀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때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했는데, 한 후보자는 집값 불안을 조장하지 않도록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덕수 총리 후보 약력

▲1949년 전북 전주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제38대 국무총리
▲주미대사
▲한국무역협회장
▲제48대 국무총리 후보자

좌동욱/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