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래미 어워즈…'절치부심' BTS 재수 성공할까

수상 시 K팝 최초 쾌거…미 대중음악 3대 시상식 '그랜드 슬램'도
쟁쟁한 후보군이 변수…'재즈계 전설' 토니 베넷 막강 상대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시상식인 '제64회 그래미 어워즈'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가요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의 수상을 기대하면서도 후보군이 쟁쟁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고배'를 딛고 올해 수상에 성공한다면 한국 대중음악계 사상 처음으로 '그라모폰'(그래미 트로피)를 품에 안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는 한국 시각 4일 오전 9시에 개최되며,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오른 부문은 이에 앞서 열리는 사전 시상식에서 이뤄진다.
◇ BTS '버터', 작년 빌보드 10주 1위…"수상 가능성 높다"
3일 가요계에 따르면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방탄소년단의 최대 무기는 지난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0주 1위를 거머쥔 메가 히트곡 '버터'(Butter)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팽배한 우울과 무기력증을 물리치기라도 하듯 청량함이 넘치는 이 썸머송은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 등 글로벌 주요 음악 시장을 강타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버터' 외에도 코로나19 시대 희망을 노래해 묵직한 울림을 전한 '퍼미션 투 댄스'(Permisson To Dance),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도 '핫 100' 정상을 밟았다. 특히 세계 최고 밴드로 꼽히는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으로도 '핫 100' 1위를 거머쥐면서 음악적 완성도라는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는 데 성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2020년 이래 3년 연속으로 무대에 오르는 점도 고무적인 요소다.

방탄소년단은 2년 전 제62회 시상식에서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했고, 지난해 3월 제63회 시상식에선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 단독 무대를 꾸민 바 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히트곡 '버터' 또는 '퍼미션 투 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흐름으로 봐서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음악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많고, 그래미도 이 문제와 관련해 몇 년째 지적을 받아왔다"며 "지난해부터는 비(非) 백인, 여성, 아시안, 젊은 심사위원을 많이 늘렸는데 새로 합류한 이들 심사위원은 K팝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미는 현재 화제성, 소위 말하는 '떡밥'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수상 결과만 보고 시상식 자체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 방탄소년단을 퍼포머로 선정해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대중음악계 3대 시상식 가운데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2017년 이후 5년 연속 수상했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지난해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그라모폰만 손에 넣는다면 3대 시상식 '그랜드 슬램'을 이루는 최고의 아시아 가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멤버 슈가는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래미 수상이)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뛰어넘을 장벽이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했다.

진 역시 "아직 우리가 받지 못한 상이 그래미"라며 "아직도 못 받은 상이 있으니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 그래미 특유의 보수성 변수…후보군 쟁쟁해 낙관은 일러
그렇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래미 어워즈'가 상업적 성과나 인기보다는 음악성 자체를 집중해서 보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수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댄스 그룹이나 아시안 아티스트에 박한 특유의 보수성도 경계할 대목으로 꼽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래미는 인기보다도 음악적 성취를 평가 잣대로 쓴다"며 "방탄소년단이 글로벌한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음악적으로 성취했는가를 보면 전문가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작곡가 세바스티앙 가르시아가 네덜란드 출신 뮤지션인 루카 드보네어에게 판매한 멜로디를 '버터'에 이중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은 소속사 빅히트뮤직에게 뼈아픈 부분이다.

빅히트뮤직은 이에 대해 "권리 측면에 있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음악성과 작품성을 중요시하는 그래미 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경쟁 후보들이 워낙 쟁쟁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 부문에는 방탄소년단 외에 콜드플레이, 도자 캣·SZA,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가 후보로 올라 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이 부문에서는 도자 캣·SZA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가 강하다"며 "저스틴 비버와 베니 블랑코의 '론리'(Lonely)도 좋고, 토니 베넷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강한 후보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레이디 가가와 함께 후보에 오른 토니 베넷은 무려 96세의 살아있는 재즈계의 전설이다.

그래미가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토니 베넷은 이번 작품이 마지막 앨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에게 마지막으로 상을 주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며 "레이디 가가나 토니 베넷 모두 그래미가 좋아하는 가수들"이라고 짚었다.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도 이 부문에서 방탄소년단과 경쟁한 끝에 그라모폰을 가져간 바 있다. 정 평론가는 "사실 그래미가 보이그룹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버터'까지 두 곡 모두 그래미가 후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수상을 못 한다고 해도 의미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