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생산차질에 원가부담까지…1분기 웃지 못한 'K-배터리'

LG엔솔 영업이익, 작년의 반토막 전망…SK온은 적자 이어져
반도체 부족-우크라 사태로 완성차 생산차질…삼성SDI만 실적 개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 여파로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도 줄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1분기에 만족스러운 실적을 얻지 못할 전망이다.다만 업체별로는 다소 희비가 엇갈린다.

배터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부진한 성적표를, 삼성SDI는 양호한 성적표를 각각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연합인포맥스를 통해 최근 한 달간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분석한 결과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예상 매출액은 4조3천530억원, 영업이익은 1천499억원으로 예상됐다.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3천412억원)와 비교해 반 토막 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으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배터리 출하도 부진해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또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 출하량은 시장 예상치보다 증가했고, 부진했던 파우치형 배터리 실적은 일부 만회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757억원)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증권 조현렬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출하 차질로 실적 전망 하향이 우려됐지만, 원통형 전지 수익성 개선과 원가 구조 개선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7조8천519억원, 영업이익은 7천685억원이었다.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총 4조8천억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과 미국·폴란드·중국·국내 단독공장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총 447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1천억원 중반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3천100억원)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겠지만, 글로벌 공장 초기 가동 비용 등의 영향으로 적자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해 4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내년부터는 연간으로도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 행진에도 SK온의 1분기 예상 매출액은 1조2천억~1조4천억원 규모로, 수주 물량 증가와 해외 생산기지 가동 등에 힘입어 분기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삼성SDI가 유일하게 비교적 만족스러운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삼성SDI 매출액은 3조8천297억원, 영업이익은 2천884억원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9.2%, 영업이익은 116.5%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SDI 역시 완성차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전동공구용 원형 전지 수요 증가와 반도체 소재 및 편광필름 사업 호조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화되면서 자동차 배터리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며 삼성SDI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비해 해외 생산기지 증설 투자에 보수적인 대신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삼성SDI 대표이사 최윤호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품질과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삼성SDI의 지난해 매출은 13조5천532억원, 영업이익은 1조676억원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