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국어학자 10년 연구 결실…'강릉방언 자료사전' 출간

강릉 출신 이익섭 명예교수 집필…3천 쪽에 표제어 약 2만개 수록
국어학계 원로인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향 강릉의 방언을 집대성한 책 '강릉방언 자료사전'을 펴냈다. 신구문화사가 발간한 사전은 두 권으로 구성됐으며, 총 3천4쪽이다.

표제어는 약 2만 개가 수록됐다.

1938년생인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강릉 농촌에서 자랐고, '영동 영서의 언어분화 - 강원도의 언어지리학'을 주제로 논문을 작성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학자로 활동하면서 한동안은 강릉 방언 사전 편찬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고 한다.

국립국어원 전신인 국립국어연구원 원장을 지낸 저자는 퇴임 이후 '강릉 방언 사전' 서평을 의뢰받은 뒤 2011년부터 사전 집필을 위해 홀로 강릉 현지 조사를 다녔다.

주로 농촌인 주문진읍 교항2리, 연곡면 유등리, 사천면 덕실리 등을 방문했다. 강릉 주민의 어휘와 음운 구조에서 변화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노년층 언어만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고, '테레비'와 '핸드폰'처럼 표준어가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은 표제어로 삼았다.

뜻풀이에는 표준어를 제시하고 민속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넣었으며, 발음과 성조에 관한 정보도 담았다.

또 중세 국어 등 옛말의 흔적이 보이는 사안은 별도로 정리하고, 현장감을 살린 예문을 실었다. 예컨대 '가개부'는 "가계부(家計簿). '가:개'(가계·家計)에 있던 장음이 없어지는 것이 주목된다"로 풀이하고, 예문으로 "먼:재는 우리 둘:째거´가니, 가개부르 쓰더래∼"라는 문장을 제시했다.

또 '가께'는 "X자 모양. 일본어의 잔재"라고 설명했고, 강릉시 사천면 판교리에 있는 부락인 '가래골'도 표제어로 실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강릉 방언은 늘 고향 산천과도 같이, 고향의 숨결과도 같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며 "국어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강릉 방언은 은연중 숙제로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사 과정이 참으로 행복했다고 돌아보고는 "애초 어휘집 하나를 꾸려 보겠다던 때에는 상상도 못하던 엄청난 세계들이 끝없이 나타났다"며 방언사전이 단순한 어휘사전이 아닌 만큼 '야성'(野性)을 다듬지 않은 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길지 않은 기간 이만한 자료가 모여, 자칫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들이 이제 기록으로 남게 됐다는 것에 스스로 벅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