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퇴출위기' 中, 해외 상장기업 회계규정 개정 착수[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국가안보 관련 정보 비공개' 방침은 유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린 가운데 중국이 해외 상장 자국 기업 회계규정 개정에 나섰다. 미국이 요구해 온 회계정보를 일부 제공해 상폐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다만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여전히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해 전면적 공개를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국가비밀보호국 등은 2일 '증권의 해외 발행 및 상장에 관한 보안 강화 및 기록물 관리 업무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 개정안을 내놓고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해외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현장 검사는 주로 중국의 감독·관리 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중국 감독·관리 기구의 검사 결과에 의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이번 조치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을 놓고 벌여온 미·중 간의 오랜 갈등에서 중국이 일부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안보 관련 사항에선 여전히 비공개 원칙을 유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상세한 회계 정보를 증감위 등 중국 금융당국에 먼저 제출하고, 증감위 등은 해당 기업이 상장한 국가의 금융당국이 이 기업을 상대로 실시하는 조사에 협조하게 된다.

중국 기업이 국가안보 사안에 해당하는 회계 정보를 외국에 제공해야 할 경우 증감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업은 증감위에 해당 정보 공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증감위는 이번 규정 개정안이 해외 상장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기밀 부문에 명확한 지침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국 기업의 미국 상폐 리스크는 양국 간 규정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데서 빚어지고 있다. 중국은 각종 법률과 규정에서 자국 기업이 당국의 허가 없이는 외국에 회계 등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모든 상장사에게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검증을 받도록 하는 외국회사책임법을 2020년 12월 통과시켰다. PCAOB의 검증을 3년 이상 받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중국 기업에는 중국 증감위의 검증만 받으면 되는 특례를 인정해줬으나 이 법 제정 이후 이런 특례가 폐지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국 기업도 미국 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이 이번에 내놓은 규정 개정안은 여전히 국가안보 관련 사안은 중국이 관리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8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최근 미국이 완전한 감독권을 확보해야 중국 기업의 상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합의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