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부담에 혼자 일해야 할 판" 중기·자영업자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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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등 적용 절실"경기 안양에서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해온 A 사장은 올해 초 가맹계약 기간을 다 채운 점포 한 곳을 폐업했다. 인건비 부담으로 직원 고용이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 사태로 매장 방문객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연이어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은 인건비가 올라도 자동화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영세업체 사장들은 나 홀로 영업하거나 심하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계 상황 내몰린 중기·자영업자
5일 2023년 최저임금 심의 첫 전원회의
尹당선인 선거기간 중 업종·지역별 차등화 필요 역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83% '30인 미만 소기업'
숙박·음식 등 미만율 높아 "업종 지불능력 고려해야"
美·日·英 등 선진국선 차등화 시행
오는 5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올해 첫 2022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 업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올해는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지정한 차등화가 한 차례 시행됐을 뿐 그 이후론 제대로 된 도입 논의조차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탓에 국가 경제 전반에서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규모가 작고 비숙련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최저임금을 지킬 여력이 부족한데 이런 점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319만 명)의 83.2%는 30인 미만 업체에 분포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음식업(42.6%), 기타서비스업(27.6%), 도소매업(18.5%) 등 비숙련 근로자 비중이 비교적 큰 업종에서 특히 높았다.중소 제조업계 역시 인건비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한 정밀화학업체 사장은 “우리 업종 내 공장 100곳 중 10곳이 지난 1년 사이 폐업했다”며 “5년 만에 41.6% 오른 최저임금을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속가공업체 사장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50~60대 숙련공 6명을 내보냈다. 그는 “국내 중소제조업 근로자는 대체로 고령층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뉘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 부담이 높은 내국인부터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이 종업원을 내보내고 ‘나 홀로 장사’를 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비숙련 일자리 고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20년 137만2000명에서 지난해 130만1000명으로 6만1000명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19만3000명에서 424만9000명으로 5만6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경제학회는 최저임금 10% 인상 시 전체 고용이 최대 34만8000명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만기를 오는 9월로 네 번째 연기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원리금은 291조원, 대출잔액은 133조4000억원에 달한다. 무차별한 최저임금 인상은 코로나19로 빈사 상태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등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부 국가들은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목표치를 제시하면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이를 참고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지역 현황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업종별 최저임금은 지역 내 노사의 요청을 받아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연령·주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사무직과 비사무직 등 2개 직종을 나눠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근속 기간과 결혼 여부에 따라서도 차등 적용된다. 호주는 120여 개 직업군에 대한 직업별 및 연령별 최저임금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15~21세 근로자는 연령에 따라 성인 최저임금의 30~75%를 적용받고, 연금을 받는 고령 근로자, 장애인 근로자 등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다. 영국 역시 연령별로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된다.
다만 차등화 제도 설계가 쉽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일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단순 업종 구분만이 아니라 업체별 영업이익, 규모, 지불 능력 등 다방면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 차등 적용이 실현되려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관련 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의 권한도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