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사망자만 8420명…무책임하고 모험적인 K방역 [여기는 논설실]

사진=뉴스1
오늘부터 사적모임 제한인원이 10명으로 확대되고,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로 늘어났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거리두기 핵심 규제들이 거의 모두 해제된 셈이다.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철저한 거리두기로 감염자를 억제해 온 정책이 불과 한두달 만에 정반대로 뒤바뀐 점이 몹시 당혹스럽다. 감염폭증 사태에 대한 방역당국의 입장은 종잡을 수 없다. 사태 초기에는 반성하며 몸을 낯추더니 지금은 "치명률이 낮아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판 여론을 '정치적 공격'이라며 역공하는 감정적 대응도 너무 잦다. 오락가락 입장 자체가 불분명하지만,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위한 사전준비가 너무 엉성했다는 점에서 방역실패에 대한 핑계와 변명에 과하다.

예방접종 등을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일상 생활을 대다수 영위하는 형태인 위드코로나에는 필수 전제조건이 있다. 그 핵심은 치료제 확보와 의료 체계의 안정성 유지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위드코로나를 위해선 “감염과 전파 억제를 최적화하는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한 대로다.

지금 우리 의료 현장은 난리통이다. 감염자는 방치돼 각자도생중이고 의료진은 번아웃 상태다. 감염돼도 숨기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샤이 코로나' 현상도 만연해있다.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씨가 마른 것은 물론이고, 중증 환자가 병상을 찾아 헤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 취약집단이 많은 곳에서는 생지옥이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감염과 전파억제를 억제하기는 커녕 장려하는 듯한 방역당국의 이해못할 행태들을 '위드코로나'라는 한마디로 뭉갤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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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위드코로나로 인해 몇주째 환자가 세계 최대로 발생했고, 수많은 국민이 유명을 달리했다. 4월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만6590명으로, 지난 3월 1일(8170명)보다 8420명 늘었다. 3월 한달 동안 무려 8000여명이 무리한 위드코로나로 인해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사망자가 너무 급증해 화장 장소를 구하지 못해 장례를 못치르는 일이 비일비재해 서울시장이 사과까지 했다.

다른 나라보다 낮은 치명률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낮은 치명률은 수십변동안 축적해온 우수한 의료인프라와 영혼을 갈아넣은 의료진의 사투 덕분이다. 적절한 방역대책으로 감염자를 절반으로 줄였다면 사망자 또한 절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엔데믹(풍토병이 된 감염병)과 집단면역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그렇지 않다면 감염자가 폭발하는 도중에 방역규제를 연이어 완화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확진자가 60만명을 돌파해 사회적 패닉이 온 직후에 정부는 모임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영업시간을 10시에서 11시로 늘렸다. 이후 보름여동안 확진자 수는 전세계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추가규제완화도 시기상조다. 감염자가 줄었다지만 여전히 하루 20만~30만명대다. 이는 유행이 오기 전에 방역당국이 최대 감염자로 상정한 규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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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들의 발언도 낙관 일색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사적모임 10인·영업제한 자정’ 조치를 발표하면서 “일상에 가까운 체계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우리나라가 엔데믹(풍토병이 된 감염병)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본다”고 한술 더 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3월말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309만5631명으로 국민의 25.5% 수준이다. 누적 확진자 327만3449명을 기록했던 지난 3월 1일 이후 한 달 만에 약 980만명 늘었다. 이 추세라면 이르면 4월 말 또는 5월 초에는 누적감염자가 국민의 약 40%인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집단면역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너무 모험주의적 발상이다. 집단면역은 인구의 일정 비율이 예방접종이나 감염으로 면역력을 확보해 산발적인 감염 사례를 제외하고 바이러스 전파가 억제되는 상태를 말한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돼 여러 나라에서 시도됐다. 그러나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돌파감염 등으로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변이의 지속적인 등장, 공중보건 통제 전략을 복잡하게 만드는 무증상 감염, 돌파감염 등의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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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가 크게 낮아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바이러스의 특성과 사회적 역학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고전적인 의미의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코로나19 여러 변이로부터 보호가 가능한 범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필요한데, 이 역시 여의치 않다.

더구나 한국은 집단면역에 대한 어떤 사회적 합의도 공론화도 없는 상황이다. 오로지 정부가 K방역의 무결성을 자화자찬하며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상황에 떠밀리듯 방역을 풀면서 집단면역을 말하는 것은 국민생명을 담보로한 위험한 정치적 베팅일 뿐이다. 날마다 수백명씩 사망하고 롱코비드 증상의 확산정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상회복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또 치명률을 감당할만 하다지만 60대이상 고령자에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신체적 취약성에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고위험 취약집단이 많은 장소에서의 치료가 엉망인 탓이다. '노인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는 반문명적 사고마저 감지된다. 단 한사람의 국민도 억울한 죽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다. 무책임하고 모험적인 K방역의 반성이 절실하다.

백광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