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3년뒤 고체로켓으로 소형위성 발사…독자 정찰위성 성큼(종합)

ADD, 최근 첫 시험발사 성공…액체보다 비용저렴·신속 발사 장점
'정찰위성 개발' 北 공언속 주목받아…軍 "미사일과 달라" 선긋기
최근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이를 이용한 독자적인 군 정찰위성 운용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은 3년 이내에 실험용 소형 위성을 고도 700㎞ 이하의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첫 시험발사서 단분리 등 성공…2025년 고흥서 완성체 발사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2025년 정도 전남 고흥 나로호 우주센터에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본(완성체) 발사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구 저궤도인) 500㎞까지 중량 500㎏ 정도의 위성을 올리는 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달 30일 ADD 종합시험장 인근의 서해상에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을 토대로 계획한 타임테이블이다. 당시 안전 문제로 해상에서 진행된 ADD의 첫 시험발사는 고체 엔진을 탑재한 2∼3단 추진체의 결합 형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험발사를 통해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Upper stage) 자세제어 기술 등이 검증됐다고 한다.

군은 이번 시험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2∼3차례 추가 시험발사 등을 거쳐 본 발사에 성공한다면 실제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군집 형태의 군 초소형(큐빅)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우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중·대형 위성이 하던 일을 초소형 위성이나 소형 여러 개가 군집을 이뤄서 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됐다"며 "위성의 주요 목적이 '지구 관측'인데, 민간과 군사 영역 모두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액체보다 저렴·신속발사…미사일지침 해제에 개발 '날개'
기존 우주발사체는 액체 연료를 기반으로 한 추진기관이 활용됐다. 1∼3단 모두 액체 추진기관으로 돼 있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대표적이다.

다만 액체 발사체는 엔진 탱크와 전용 연소실, 연소실로 추진체를 보내는 펌프와 부속품 등 구조가 복잡하고 한 번 발사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액체 연료는 상온 보관이 쉽지 않아 그때그때 주입해야 한다.

반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추진기관은 비용이 액체보다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연탄'을 쌓아 올린 형태로 미리 주입해둘 수 있어 신속 발사가 가능하다.

수명이 짧은 초소형 및 소형 위성 탑재에 적합한 셈이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도 이날 고체 발사체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2020년 7월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회의 석상에서 '자장면을 배달하는데 비싼 벤츠 승용차(액체발사체)보다는 오토바이(고체발사체)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우주발사체 분야 선진국들도 액체와 고체 발사체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보다 한발 늦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2020년 7월 28일부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 이듬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계기 미사일지침'완전 종료로 고체 발사체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물론 고체 발사체가 액체보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려야 되는데, 액체 발사체는 엔진(밸브)을 껐다, 켰다 하는 방식으로 (방향) 조정이 가능해서 정밀하게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다"며 "하지만 고체는 한 번 연소하기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계속 연소한다"고 설명했다.

군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고체 발사체의 마지막 단은 액체 연료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하기관 관계자는 일본 '엡실론'과 유럽의 '베가' 등을 예로 들며 "고체 발사체의 가장 발전된 형태가 3단의 고체 연료 로켓 상단에 액체 연료단을 탑재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일반적인 형태를 따라가려고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군 '미사일 전용' 일축…"리스크 안고 국가개발, 향후 민간 제공"
한국의 고체 추진체 발사 성공은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탑재 로켓과 거의 유사해 주목을 받았다.

북한도 최근 몇 년 새 고체 연료를 활용한 다양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데 이어 작년 1월 당대회에서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로켓) ICBM 개발'을 국방 분야 목표 중 하나로 공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우주발사체와 유사 기술이 적용되는 ICBM 도발을 재개하기도 했다.

군이 이번 고체 발사체의 첫 시험발사를 전격 공개한 것을 두고 북한의 최근 행보를 의식한 대북 기술력 과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산하기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우주발사체는 미사일을 생각하고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탄도탄의 경우 최근에 보면 재진입 기술과 요격체계 발전에 따른 생존성 확보가 중요한 반면, 우주발사체는 첫 번째가 경제성 및 비용이고, 같은 발사체로 어떻게 (위성) 탑재 중량을 늘릴지에 대한 경제성과 연관이 있어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을 겹쳐 생각하는 건 기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처럼 미사일 개발을 우주발사체로 포장해 발사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우주발사체 개발 초기 비용 문제와 성공 여부에 따른 리스크 등이 있어 초기에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게 되면 이를 민간에 제공하고, 사용 목적에 맞게 추후 활용된다면 그런 우려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하기관 관계자는 이날 남북 간 고체 발사체 기술력 차이에 대해 "고체연료 기술은 우리가 앞서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근 액체 엔진을 탑재한 ICBM을 발사한 것과 관련, 기술 수준을 묻는 말에는 "북한의 백두산 엔진은 산화제를 사산화이질소(N2O4) 등 강한 독성과 발암성 물질을 사용하는데, 이는 현대에 들어서는 발사체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물질"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