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값, 조만간 100유로 넘을 것"

배출권 수요 늘면서 '품귀현상'
美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도 영향
올 들어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함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계 최대 거래시장인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EU의 탄소배출권 가격 추세가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내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1일 t당 78.49유로(약 10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4월 30유로대 초반에서 1년 만에 두 배가 넘었다. 올 1월 말 t당 97유로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100유로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격이 다소 하락했다.작년 초 대비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한 것은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EU 정상들은 지난해 EU의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목표(40%)보다 높게 책정했다. 수요 급증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물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가격 급등을 예상한 금융자본도 시장으로 몰렸다. 증권사와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 시장과 달리 EU에선 금융자본의 탄소배출권 투자가 활발하다.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금융권의 투기적 수요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EU에 시장개입까지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탄소 감축이 글로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조만간 100유로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EU뿐 아니라 미국 역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탄소국경세는 자국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 및 기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5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