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장신에 빠르기까지…매력적인 롯데 새 외국인 타자 피터스

괴물 같은 운동능력에 메모하고 예의 바른 모범생 캐릭터
남들은 전력으로 질주해도 잡기 어려운 타구를 이 키 큰 외국인 선수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뛰어가 팔을 쭉 뻗어 우아하게 잡아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27) 얘기다.

롯데가 이적료까지 포함해 신입 외국인 선수 영입 한도(100만달러)를 꽉 채워 영입한 피터스는 프로필상 키 202㎝ 거구의 중견수다.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뜬공도 어느 순간 피터스가 나타나서 잡아낼 정도로 넓은 보폭과 빠른 발을 활용한 수비 범위가 광활한 수준이다. 게다가 어깨까지 강해 한 베이스 더 가려는 상대 주자를 묶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도 피터스의 강한 어깨가 빛을 발했다.

키움은 0-0으로 맞서던 4회말 선취점을 뽑은 뒤 2사 1, 2루 찬스를 이어갔다. 신인 박찬혁의 중전 안타가 터져 나왔다.

이때 2루 주자 이명기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췄다.

피터스의 강한 어깨를 의식해 박재상 주루코치가 제지했기 때문이다. 피터스의 어깨로 추가점을 막은 게 결과적으로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4회말 위기를 1점으로 막은 롯데는 곧바로 5회초 2-1로 전세를 뒤집고 결국 7-2로 승리했다.

피터스의 빠른 발은 수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는 지난 3일 개막 2차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초 피터스, 정훈의 적시타를 묶어 3-3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적시타를 치고 1루에 나간 피터스는 계속된 2사 1, 3루에서 정훈의 좌전 적시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뛰어갔다.

그것도 좌익수 앞으로 향하는 짧은 타구였음에도 피터스는 발에 모터가 달린 듯 거침없이 3루까지 파고들어 갔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추구하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통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에 딱 부합한 플레이였다.
보통 발이 빠르면 똑딱이 타자 유형이 대부분인데, 피터스는 파워와 스피드를 두루 갖췄다.

피터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70경기에 출전해 홈런 13개를 쳤다.

타석당 홈런 비율을 고려하면 30홈런 타자가 될 수 있는 장타력을 지녔다.

파워와 스피드, 수비력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침을 흘릴만한 운동 능력에다 잘 생기기까지 한 피터스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게 있다.

바로 콘택트 능력이다.

피터스의 지난해 콘택트율은 66.5%에 그쳤는데, 이는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362명의 타자 중 16번째로 낮은 기록이었다.

삼진은 홈런 타자의 세금이라고 말하지만, 피터스의 지난 시즌 삼진율은 34.2%로 지나치게 높았다.

콘택트 능력이 단기간에 향상되는 경우는 없기에 피터스가 롯데와 계약했을 때 우려가 제기됐던 것도 이 지점이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피터스는 개막 2연전에서 타율 0.286, 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를 기록했다.

삼진 2개를 당했지만, 볼넷 2개를 얻어냈다.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메이저리그보다 느려서인지 유인구에 쉽게 속지 않으며 적응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상적인 건 피터스의 노력하는 태도다.

피터스는 범타로 물러나면 수첩에 상대 투수에 대해서 메모하는 걸 잊지 않는다.

몸에 맞는 공으로 1루 베이스를 밟을 때도 출루에 감사하는 세리머니를 한다.

올해 8월이면 아빠가 되는 피터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한국 무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절실함이 드러난다.

개막전에서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타구를 잡아낸 뒤 피터스는 뒤돌아서서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했다.

피터스가 지금껏 만난 외국인 선수 가운데 인성 하나만은 최고라는 롯데 관계자의 평가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피터스가 과연 한국 프로야구에서 어떤 성적을 남길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피터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