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지금은 경기 후반기…유틸리티, 헬스케어 유리"

미국 경제가 사이클 후기로 접어들었으며, 이럴 때는 선진국의 경기방어주나 투자등급채권 등 품질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는 것은 경기 사이클이 후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는 4일(현지 시각)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은 둔화하는 가운데 아직 괜찮지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긴축 정책이 진행되는 건 경기 확장기 후반에 나타나는 일반적 패턴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 연율 14.6%나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7% 후반으로 치솟으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긴축을 시작했다.앤드루 시츠 크로스에셋 수석전략가는 "높은 성장률은 경기를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실업률은 사이클 저점으로 향하게 하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높여 정책 금리 인상을 유발한다. 또 수익률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거나 혹은 역전시킨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의 물결은 이런 과정 속에 퇴조하기 시작하고 시장의 약한 부분(고위험 저품질 자산)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의 폭은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닷컴버블 붕괴 직전이던 1998~200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6년, 그리고 2019년에도 발생했었다고 덧붙였다.

시츠 전략가는 "과거 사례를 분석하면 수익률 곡선 역전은 그 자체로 주식 매도 신호가 아니며,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서 고품질 자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은 미국의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던 최근 네 번의 사례에서 역전 이후 평균 12개월 동안 약 8%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고위험 저품질의 대표 자산인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은 투자 등급 회사채에 비해 수익률이 약 5% 낮았다. 증시에서도 유틸리티, 헬스케어 등 꾸준히 돈을 버는 경기방어주가 S&P500 지수를 6~8% 상회했다. 시츠 전략가는 "이는 사이클 후반 고품질 자산이 선호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고품질 자산이 사이클 후반에 선호되는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의 수익률이 이머징 마켓보다 낫고, 이머징 마켓에서도 채권이 주식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인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MSCI 이머징 마켓 주식에 대한 목표 가격을 추가로 하향 조정했다.

시츠 전략가는 또 "사이클 후반기에는 원자재, 특히 원유도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품질' 테마는 "경제 사이클 성숙에 따라 투자자들이 더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원자재 등 상품 가격은 주식처럼 향후 12~18개월 뒤가 아니라 현재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2000년 11월, 2008년 7월에 랠리를 펼쳤다. 주식 시장의 어려움이 이미 시작된 때였다. 시트 전략가는 "넓게 보면 석유, 구리 및 금은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의 역전 이후 12개월 동안 모두 평균 플러스 총수익률을 기록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와 현재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경기 사이클 후기의 투자 전략을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