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왜 진행될까…삼성, 미래기술 연구에 486억 지원

올해 상반기 기초과학·소재·ICT 등 총 27개 연구 지원
43세 이하 신진 연구책임자 전체 44%

2013년부터 연구과제 선정해 지원
연구비 지원 연평균 1000억원…국내 50여 대학에 지원
사진=연합뉴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는 5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지원할 연구 과제 27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과제는 ▲기초과학 분야 12개 ▲소재 분야 8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7개 등 총 27개로 총 연구비 486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차세대 반도체, 가상화 시스템 운영 체제, 세계 최고속 트랜지스터 등 미래 신기술뿐 아니라 노화 메커니즘 규명, 리보핵산(RNA) 백신·치료제 정제 기술 등 인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과제도 다수 포함됐다.43세 이하 신진 연구책임자가 12명으로 전체 지원 대상의 44%를 차지했으며 황준호 서울대 교수, 김희권 성균관대 교수, 최영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등 30대 연구책임자도 6명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한 연구 과제를 포함해 2013년부터 기초과학 분야 251개, 소재 분야 240개, ICT 분야 244개 등 총 735개 연구 과제에 모두 9738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기초과학부터 신기술까지...27개 연구과제 보니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학술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론 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과제 총 12개가 선정됐다.우선 노화 전이를 조절하는 대사물질(SASM) 연구가 포함됐다. 강찬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인류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인 노화 영역을 연구해 관련 신개념 치료법 개발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도전한다.

노화세포가 SASP(노화 연관 분비 표현형, 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를 통해 주변 정상 세포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강 교수팀은 1·2차 노화세포 모두 SASP 반응을 보이지만 2차 노화세포는 노화 전이 능력이 없는 것에 주목했다. 이 차이는 1차 노화세포에서 특이하게 분비되는 노화 연관 대사물질(SASM)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강 교수팀은 SASM에 의해 주변 세포의 노화가 촉진되는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과제 성공 시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절염, 대사증후군 등 각종 노화 관련 질환 치료법 개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양용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AET, Atomic Electron Tomography)를 이용해 고체 계면에 존재하는 원자들 배열을 3차원 단위로 규명할 계획이다. AET는 전자 현미경으로 측정한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이미지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접촉면들이 만나 이뤄진 계면 구조는 반도체, 열전 소자 등에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계면에서의 전기적·열적 자극에 의한 원자들 움직임은 소자의 안정성 등에 직결되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양 교수팀 연구는 전기, 열 등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원자 배열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반도체, 열전 소자 등 각종 응용 소자 성능 향상을 위한 핵심적인 기초 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소재 분야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유전자 치료제 관련 기반 기술 및 정제 기술, 저온에서 구동하는 배터리 등 폭넓은 분야에서 산업적 활용이 기대되는 8개 과제를 지원한다.

김준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외부 자기장에 의한 저항 변화가 기존 대비 10억배 이상인 신규 자성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에 도전한다. 고성능 컴퓨터와 초거대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온 컴퓨팅에는 저온 메모리가 필수적인데, 이 같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NA 백신·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분자 정제 기술 연구도 포함됐다. 최영재 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새로운 분자 정제 기술을 개발해 현재 70%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는 RNA 정제 수율을 99% 이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생산된 RNA의 양, 복잡도 등에 상관없이 원하는 디자인(서열과 길이)을 가진 분자만을 정교하게 정제할 경우 RNA 백신·치료제 생산 공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설명. 대학 연구팀뿐만 아니라 관련 벤처 기업도 함께 연구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테라헤르츠(THz)급 초고주파 트랜지스터, 메모리 버그 없는 가상화 시스템 운영 체제 등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 분야 7개 과제가 선정됐다.

김대현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세계 최초로 1THz급 동작 속도의 극초고주파·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소자(트랜지스터) 개발에 나선다. 현재 구현된 세계 최고속 반도체 전자소자는 738GHz이며, 기존 방식으로는 800GHz가 기술적 한계로 알려져 있는데 김 교수팀이 한계 돌파에 도전하는 것이다.

THz급 반도체 전자소자 기술은 6G(6세대) 통신, 양자 컴퓨팅 등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으며 의료, 환경, 보안, 군사 등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메모리 버그 없는 가상화 시스템 개발도 연구과제에 포함됐다. 권영진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시스템 안전성의 취약점인 메모리 버그를 피할 수 있는 RUST(기존 C언어 대비 메모리 안전성과 성능, 편의성 등에 중점을 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가상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RUST의 안전성을 엄밀하게 검증해 메모리 버그가 없는 가상화 환경을 개발할 계획이다.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보안성과 안정성이 한층 강화된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 하드웨어 지원 없이도 가상화 환경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운영체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2년 상반기 지원 과제에 선정된 주요 교수들. 강찬희 서울대 교수(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 권영진 KAIST 교수, 김대현 경북대 교수, 김준성 포스텍 교수, 양용수 KAIST 교수, 최영재 GIST 교수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2013년부터 1.5조 출원해 연구 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 사회 문제 해결, 세계적인 과학기술인 육성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2013년 8월 본격 시행된 이후 연평균 1000억원의 연구비가 국내 50여개 대학에 지원됐다. 연구 지원을 받은 교수는 1600여명(참여교수 포함), 과제 참여 연구원까지 포함하면 1만4000명에 이른다.

과제로 선정되면 ▲최장 5년간 많게는 수십억의 연구비 지원 ▲연구 책임자가 연구 성과와 주요 이슈를 설명하고, 참석 연구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애뉴얼 포럼' 참석 ▲연구 성과의 산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교류회' ▲활용도가 높은 특허 출원을 지원하는 'IP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받는다.

삼성은 이외에도 ▲삼성청년소프트웨어(SW)아카데미 ▲삼성주니어SW아카데미 ▲삼성스마트스쿨 ▲삼성드림클래스 ▲삼성희망디딤돌 등 청소년 교육 중심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다.아울러 회사 측은 "▲C랩(인사이드·아웃사이드) ▲상생펀드·물대지원펀드 조성 ▲협력회사 인센티브 지급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운영 등의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이 쌓아온 기술과 혁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