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제주도 국제영리병원 내국인 진료제한은 위법"

녹지병원, 제주도 상대 소송 승소
병원 재개원 여부 12일 심의 예정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1부(수석부장판사 김정숙)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녹지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에 800억원을 투자해 녹지병원을 짓고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했다. 제주도는 개설 허가를 내리면서 진료 대상자를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제한하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았다. 이에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또한 “내국인 진료가 제한될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도지사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맞서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제시한 이 사건 조건을 취소한다”며 녹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와 녹지의 법정 분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제주도 측은 “녹지가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았다”며 의료법 규정을 들어 2019년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 측은 같은 해 5월 제주도를 상대로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제주도는 오는 1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재개원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