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계 혼란만 야기한 '중노위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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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노조와 단체교섭은 부당"최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전국금속노동조합(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사건에서 현대제철이 협력사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현대제철이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어서 교섭 의무가 없다’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고, 현대제철을 단체교섭 당사자인 사용자로 인정한 것이다.
원청 상대 분쟁·집단행동 우려
노동위, 공정과 법에 따른 판정을
이동근 경총 부회장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을 통해 기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정하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단체교섭 당사자인 ‘사용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조합원과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 대법원도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인지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로 판단했고, 원청과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협력사 근로자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정해 왔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판정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존 판례와 행정해석은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로 본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그런데 중노위가 CJ대한통운에 이어 현대제철의 경우에도 법원 판단 기준과 배치되는 판정을 내려 산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 중노위 판정으로 단체교섭 질서는 물론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 전반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성상 제조업, 건설업의 경우 원·하청 관계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나 소송 등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고, 최근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와 같이 원청을 상대로 한 집단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
도급과 파견은 기업 간의 기능 분화 및 전문화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세계 각국에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편화한 외부 노동력 활용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경쟁국과 달리 파견을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많이 도급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법원이 파견법을 도급에 적용해 불법 파견으로 판결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활용이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중노위 판정으로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협력사 근로자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리스크에까지 놓인다면 기업의 도급 활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현대제철 사건은 지난해 CJ대한통운 사건과 마찬가지로 애초에 불공정한 위원회 구성으로 합리적인 판정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다. 이 사건은 원청이 단체교섭 당사자인 ‘사용자’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따라서 평소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공익위원이 심판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노위는 현대제철의 해당 공익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기각했고, 해당 위원이 사건의 주심위원까지 맡으면서 불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노동위원회법 제1조는 노동위원회의 목적을 ‘노동관계에 관한 판정 및 조정 업무를 신속·공정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법원을 통한 권리 구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노사 간 분쟁을 전문성을 가지고 신속·공정하게 판단하도록 설치된 기관이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이번 판정과 같이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비합리적인 판정을 내리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납득하지 못한 당사자들은 계속해서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해 오히려 문제 해결의 장기화와 고비용을 초래한다.
향후 사법부가 행정소송 등의 후속 절차에서 단체교섭의 본질에 입각한 명확한 판단을 내려 더 이상 산업현장의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