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30% 인하, 화물차 보조금…다급해진 정부 '高유가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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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L당 83원 내려정부가 유류세 인하폭 확대를 비롯한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내놨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자 마련한 대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유가 상승세를 막는 데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 땐 효과 제한적
▶본지 3월 28일자 A1, 4면 참조정부는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에너지 가격 인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오는 7월까지 유류세 인하폭을 현재 20%에서 3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L당 83원 떨어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하루 40㎞씩 주행하는 휘발유 차량 보유자(연비 L당 10㎞ 기준)의 경우 월 1만원가량 기름값을 추가로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용 화물차 등에 대한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추가 지원도 5~7월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시장가격에서 기준가격(L당 1850원)을 뺀 가격의 50%(최대 한도는 L당 183.2원)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택시와 소상공인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용 부탄(LPG) 판매 부과금도 같은 기간 30% 감면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유류세 추가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격에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관련 업계에 요청하기도 했다. 통상 유류세 인하분이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주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유류세는 석유 제품이 정유공장에서 반출되는 순간 부과되는데, 제품이 주유소에서 판매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리기 때문이다.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 가격에 조속히 반영돼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고유가 부담 완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주요 원인이 석유 제품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마지막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확대 정책이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에서 “국제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면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가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전체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병욱/정의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