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장 사라진 성수동, 제2의 청담동 될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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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시설보다 들어오는 시설 중요
성수동 발전, 어떤 시설 입주하느냐에 달려
사진=뉴스1
경제학에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금전적 거래 없이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 혹은 현상을 말합니다. 공공재(common wealth)와 함께 시장경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외부효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부정적인(negative) 효과도 발생합니다. 긍정적인 효과에는 정부가 부담금 등을 매기고, 부정적인 효과에는 지원을 해줘야 하겠지요. 성수동의 삼표레미콘공장의 경우 현재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45년 전 공장이 설립될 당시에는 혐오시설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만 현재는 주민 불편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순위 이전 대상이 되었습니다. 외부효과는 이처럼 시기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청사가 긍정적인 외부효과의 전형적인 사례였으나 현재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더 많습니다.성수동의 삼표레미콘공장이 6월 말 완전 철거됩니다. 공장이 건립된 지 45년 만의 일입니다. 서울시는 해당부지를 복합거점으로 활용해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정확한 계획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관계 기관들 간의 협의가 필요할듯합니다. 당초 서울시는 공장 철거 부지 2만8804㎡를 공원화할 계획이었습니다. 사유지인 서울숲 내 주차장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매각하고 그 비용으로 철거부지를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세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지 근접공원을 축소하면서 주택용지로 민간에 매각할 경우 특혜시비와 함께 도시계획적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복합거점이라는 새로운 개발방향이 결정된 겁니다.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사라진다고 바로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효과가 사라진 그곳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고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더 크게 작용할 듯합니다. 왜냐하면 외부효과는 시장 시스템 내에서 거래라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들 간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생각은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 나와 있습니다. 청년첨단혁신축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부지로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복합용도의 랜드마크가 들어설 가능성이 큰데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 성수동의 개발계획들과의 조화도 중요합니다. 공장 철거가 결정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이미 시세에는 반영되었다고 보여 집니다. 성수동은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아크로포레스트 등 초고층 3대장이 들어서면서 서울 강북의 신흥부촌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성수전략정비구역 또한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개발의 가속도가 예상되는 만큼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은 큽니다.명품 플래그십스토어가 들어오는 것도 성수동에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가 성수동에 ‘크리스찬디올’의 단독 대형스토어 오픈을 위해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명품 브랜드의 성수동 입성 첫 사례로 디올 이후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의 성수동 상륙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성수동이 청담동을 잇는 ‘제2의 명품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기존의 독특한 카페와 음식점, 패션 팝업 스토어 등이 몰려들면서 젊은 층에서 힙한 구역으로 통하는 성수동에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까지 더해지면서 지역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삼표레미콘공장의 철거는 고급 주거단지와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성수가 복합업무클러스터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만으로는 지역 브랜드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성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및 교통 이점을 바탕으로 적은 비용으로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2030세대의 젊은 인재들의 집합소가 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첨단청년혁신축이라는 화두는 이러한 분위기에 잘 맞는 개발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연환경(한강, 서울숲)까지 우수한 곳이기 때문에 성수지역은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부터라도 성수동을 주목해도 늦지 않을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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