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버스킹' 재개…"거리가 되살아난 것 같아요"

마포구청, 지난 1일부터 버스킹 금지 해제
관람자 50여명 가운데 20명 가량이 외국인
공연자들, 부수입원과 홍보 수단 다시 생겨 반기는 분위기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버스킹존에서 이용준(28)씨가 노래하고 있다. 최세영 기자.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교동 ‘홍대 걷고싶은거리’. 한 남성이 캐리어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크래프터(crafter)기타’와 ‘큐브(cube)엠프’였다. 기타를 엠프에 연결하고 가수 딘의 ‘인스타그램’을 부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금세 약 50명 규모의 공연이 됐다. 노르웨이에서 온 오다 씨(22)는 “201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홍대에서 마주했던 거리공연 문화가 인상깊었는데 다시 볼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기조 속 서울 홍대·신촌 등지에서 거리공연(버스킹)이 재개되고 있다. 버스킹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전면금지 되면서 2년 동안 길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6일 현재 마포구청의 이번달 주말 오후 2시 이후 홍대 걷고싶은 거리 야외공연장 이용 접수는 모두 마감됐다. 주중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과 밤 시간 예약은 가득 찼다. 마포구청이 2020년 11월 24일부터 시행해온 버스킹 금지를 풀고 지난 1일부터 신청 접수를 재개한지 닷새만이다. 버스킹으로 유명한 서대문구 연세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 주말엔 마술, 밴드, 댄스 등 각종 공연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부의 방역수칙 완화에 따라 서대문구청도 지난달 15일 버스킹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날 홍대에서 공연을 관람한 A씨(20)는 “거리가 되살아난 듯하다”며 “활기차던 홍대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버스킹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람자 50여명 가운데 20명 가량이 외국인이었다. 모로코에서 온 이키 씨(23)는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보며 한국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직접 이렇게 노래를 들으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메리 씨(22)는 “러시아에서 케이팝(K-POP) 인기가 많아 사람들이 한국노래로 거리공연을 한다”며 “한국에서 직접 버스킹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공연자들은 부수입원과 홍보 수단이 다시 생겨 반기는 분위기다. 거리 공연을 한 이용준 씨(28)는 “버스킹 공연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튜브 채널 홍보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홍대에 위치한 4개 버스킹존 중 2개만 개방한 점은 아쉽다”며 “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이용신청이 어렵다”고 덧붙였다.앞으로 2주 간 확진자 감소세가 지속돼 정부가 방역 규제를 해제하면 버스킹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 홍대 버스킹존을 모두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