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베를린처럼 소득보장 실험…7월부터 본격 가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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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구종원 서울시 복지기획관“서울시는 새로운 소득보장제도 실험으로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5년간 안심소득 시범사업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이며
재산 3억2600만원 이하 800가구
근로활동으로 소득 늘어나도
안심소득 대상서 탈락 안해
근로의욕 저하 걱정은 기우
서울시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복지정책실의 구종원 복지기획관(국장·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미래 복지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고민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심소득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복지공약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소득보장제도다.구 기획관은 “빈곤·불평등 문제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라며 “서울시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 독일 베를린처럼 소득실험을 활발히 하면서 미래복지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올해 가장 힘을 쏟는 대표 복지정책은.
“오는 7월 11일부터 5년간 실험 및 연구를 진행하는 안심소득 시범 사업이다. 서울시 121만 저소득 가구의 72.8%인 88만 가구는 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찾으려고 시작한 게 안심소득 시범 사업이다. 기준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분의 일정 비율을 채워주는 식의 새로운 소득보장제도다.”▷안심소득 실험은 어떻게 진행하나.
“지난달 28일부터 시범 참여 가구 모집에 들어갔다.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면서 재산 3억2600만원 이하인 800가구가 대상이다. 올해 1단계 500명, 내년 2단계 300명을 각각 선정한다. 서울시가 사업 참여 가구에 3년간 지급하는 금액은 총 195억원이다. 지원 집단은 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 간 차액 절반을 3년간 지원받는다. 예컨대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소득이 0원이면 중위소득 85%(165만3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인 82만7000원(월 기준)을 받는다. 이 실험을 통해 안심소득이 복지 사각지대와 빈곤·불평등 해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 검증한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빅데이터도 모아 향후 복지모델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안심소득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는 않겠나.“공적 급여로 소득이 생기면서 현실에 안주하거나 공적 급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 오히려 안심소득은 근로 의욕을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노동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도 중위소득 85%까지는 안심소득 대상에서 탈락하지 않는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도록 돼 있는 구조다. 중위소득 30%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탈락하는 생계급여와는 다르다. 안심소득을 받으려고 노동 참여를 거부하는 사례는 드물 것이다. 시범 사업에서 지원 후 근로 의욕, 교육 의지 변화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복지정책 방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복지관 대부분이 휴관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급격히 늘었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밀착 지원하는 게 시급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올해는 복지 현장에서 복지 공무원을 도와 취약계층을 돌보는 ‘우리동네돌봄단’을 800명에서 12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코로나19 생활지원비 고갈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입원·격리자의 생계비 지원을 목적으로 지급하는 생활지원비 예산 부담이 확진자 폭증으로 한계에 이르렀다. 현재 국비 50%, 지방비 50%(시비 33.3%·구비 16.7%)인 예산 분담률부터 손봐야 한다.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질병관리청에 국고 보조 비율을 현행 50%에서 80%로 올려달라고 긴급 요청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청년 대상 복지사업을 부쩍 늘린 것 같다.
“지난 2월 말 기준 서울 거주 만 18~34세 저소득 청년은 5만5333명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저소득 청년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얻기 힘들어 자산 형성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미래 설계가 불안한 청년의 자립 및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희망 두배 청년통장’ 사업을 하고 있다. 일하는 청년이 2~3년간 10만원, 15만원 중 선택해 저축하면 저축액과 같은 금액을 시 예산 등으로 적립해준다. 다음달부터 신규 참가자 7000명을 모집한다. 올해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가입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신기술을 활용한 복지서비스 계획은.“올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취약계층에 전화를 걸어 안부나 건강 등을 파악하는 ‘AI 안부확인 시스템’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해 전기 사용량, 조도 등을 감지해 위기 신호를 파악하는 스마트 플러그로 중장년 고독사 위험 1인가구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3100명에서 올해 5000명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