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파티했어요"…대게 가격 '반토막' 난 까닭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우크라戰에 폭등한다더니
상하이 봉쇄에 대게값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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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산 수산물 쇼크’를 우려한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대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게의 90%는 러시아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전쟁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지금, 러시아산 수산물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러시아산 대게 가격은 오히려 반토막났다. 소비자들은 때아닌 대게 풍년에 ‘대게 파티’를 즐기고 있다.

전쟁 나면 구하기 힘들줄 알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는 예상대로 러시아산 대게 가격이 급등했다. 2월 마지막주 와 3월 초를 비교해보면 러시아산 대게의 국내 도매 평균 가격은 20% 가량 올랐다. 작년 평균가격보다도 23% 비쌌다.

분위기는 한 달 새 반전됐다. 6일 노량진수산시장 가격정보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3월 28일~4월 2일) 러시아산 활어 대게의 평균 낙찰 가격은 1㎏에 2만9100원이었다. 3월 첫주만 해도 4만원 중반에서 거래되다가 한 달새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7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여기에는 중국의 도시 봉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봉쇄되자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대게가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러시아에서 잡힌 대게의 40%는 육로를 거쳐 중국으로 가는데 그 물량을 우리나라에서 소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주에 국내에 들어오는 대게 물량이 150~200t이다.

중국 봉쇄가 시작된 3월 중순 이후에는 500t까지 수입량이 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저장하기 힘든 생물의 특성 상 공급이 늘면 적체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수입품에 제재를 가한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제철인데 저렴하기까지..."대게 먹으러 가자"

대게는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에 살이 차기 시작한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대게철이다.

대게 살수율(살과 살코기의 비율)은 높아졌는데 가격은 저렴해지니 대게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인스타그램, 맘카페 등 SNS에는 ‘온가족 대게 파티’를 했다는 게시글이 부쩍 늘었다.

전쟁에 대비해 러시아산 수입물 재고를 확보해둔 대형마트는 얼떨결에 ‘대게 떨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대게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대게 소비 증가와 맞물려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물량이 동났다. 홈플러스는 행사 기간동안 대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었을 정도다. 이마트도 행사를 진행한 4일간 대게 매출이 작년보다 105% 폭증했다.
다만 대게 ‘바겐세일’은 오래 가지 않을 전망이다. 수산시장 상인들도 “이번주가 마지막 기회”라고 입모아 말했다. 전형욱 홈플러스 수산팀 바이어는 “현재 러시아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뤄지고 있고 중국 봉쇄도 차차 완화되고 있다”며 “재고물량이 소진되는 다음주부터는 대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매가격도 소폭 반등했다.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러시아산 대게의 평균 소매가격은 2월말 7만원대에서 이달초 5만원 중반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5만원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