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2억' 붙더니 이젠 '무피'까지…아파트값 거품 사라진 곳

'풍선효과' 누렸던 비규제지역
집값·청약경쟁률 동반 '하락'

올해 수도권 상승률 1위 '이천'
청약은 '미달', 웃돈은 '실종'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풍선 효과를 누렸던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 힘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규제지역이 늘어나면서 수도권에 몇 안남았던 시군들은 집값이 오르고 청약마다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장이 관망세로 들어서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과 청약경쟁률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규제로 인해 '풍선효과'를 누렸던 비규제지역에서 거품이 사라지는 셈이다.

거품이 꺼지는 대표적인 지역은 경기도 이천시다. 이천은 올해 수도권 상승률 1위에 오르면서 한 때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2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웃돈이 사라지는가 하면 미분양 단지까지 발생하고 있다.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순위 청약을 받았던 이천시 백사면 '이천 신안실크밸리'는 835가구 모집에 624명이 신청하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그나마도 6가구를 모집한 전용 84㎡ T형에만 188명이 몰렸다. 5개 주택형 가운데 4개 주택형이 미달했는데, 829가구에 436명만 모인 셈이다. 가장 많은 316가구를 모집한 78㎡ A형은 신청자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143명뿐이었다.

이천시는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집값이 하락하는 동안 비규제지역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호황을 누린 지역이다. 올해 들어 누적 2.58% 오르며 수도권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분양권 웃돈이 걷혀가고 있다.

2019년 7월 분양된 주상복합 아파트 이천시 안흥동 '이천 롯데캐슬 페라즈스카이' 전용 84㎡의 분양권 가격은 올해 들어 4억4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11월 6억1688만원과 비교해 1억7688만원 하락한 가격이고, 분양가 4억3600만원과 비교해도 웃돈이 400만원에 불과하다. 이천시 진암지구 '우방아이유쉘메가하이브'에도 웃돈을 붙이지 않은 '무피' 매물이 나왔다. 이 단지 전용 73㎡ 매물이 2억9410만원에 나왔는데 이는 분양가와 동일한 가격이다.이천시 안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천역에서 더 가까운 중리지구에 올해와 내년 예정된 분양 물량이 있다 보니 수요자들이 가격과 입지를 더 꼼꼼하게 따지고 있다"며 "거래가 성사되지 않다보니 매도인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양도세 부담을 자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아파트 분양홍보관에서 시민들이 정보를 얻고 있다. 사진=뉴스1
비규제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간 높았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하락하는 추세는 공통적이다. 양평군에 분양된 '양평 우방아이유쉘 에코리버' 전용 77㎡ 분양권은 3억7000만원부터 무피 매물이 쌓여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200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현재는 거의 소멸한 상태"라고 했다.

분양 시장도 다소 진정세다. 비규제지역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공급되는 '용인 경남아너스빌 디센트'는 5일 3개 블록 1순위 청약에서 618가구 모집에 6936명이 신청하며 평균 11.22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1순위 마감에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경기 지역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8.47대 1이었고, 해당 단지가 블록별 중복 청약을 허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분양업계는 아파트 매매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청약 시장도 '묻지마 청약'의 시대가 끝나고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올해 1분기 수도권에서 분양한 35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4곳은 모집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시들해진 수도권 청약 시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차게 식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7.6으로 3개월째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수도권에서 비규제지역이 몰린 경기의 경우에도 87.8로 기준치보다 낮았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여파에 분양시장에서 관망세가 깊어졌다"며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 등에서 경쟁력이 높은 곳에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