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25% 급등한 LG엔솔…지금 팔까 더 갖고 갈까

외국계 증권사, LG엔솔 주가 '쥐락펴락'

"국내 증권사는 사라는데"…엇갈린 전망
지난달 최저점 찍고 반등한 LG엔솔…고점일까
여의도 LG 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한경 DB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주가가 지난달 최저점 대비 20% 넘게 뛰었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폭등하던 니켈 가격이 안정되면서 주가는 반등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LG엔솔 주가를 두고 고점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더 오를 것이란 국내 증권사의 전망과 달리 연초 외국계 증권사가 제시했던 목표주가에 근접하면서다.

6일 오후 2시4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보다 2000원(0.45%) 내린 44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장중 최저점을 기록했던 35만5000원 대비 25.9% 급등한 수치지만 상장과 동시에 기록했던 최고점(59만8000원) 대비 25.2% 낮은 수준이다.주식을 팔라는 외국계 증권사와 가지고 있으라는 국내 증권사의 말 중 증시에서 어느 게 더 먹혀들까. 국내 증권사에서 아직 과감히 팔라는 의견을 내놓지 않는 탓인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한마디가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더욱 컸다.

실제로 LG엔솔은 지난달 15일 장중 35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당시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의 매도다. 이날 하루에만 외국인은 11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당시 LG엔솔은 급락 원인으론 지난 2월 외국계 증권사 CLSA가 매도 리포트가 꼽혔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SELL)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45만원으로 유지한 바 있다. 전기차 산업의 반도체 공급망 차질 우려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평가했다.켄신 CLSA 연구원은 "꾸준한 전기차 배터리 판매에 힘입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동차 칩 부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은 예상보다 낮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공급 경색 심각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해 회사는 보수적으로 19조2000억원의 매출액 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상장과 동시에 59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LG엔솔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직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꾸준히 쏟아냈기 때문이다. 2월3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1조84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한경 DB
당시 같은 이슈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의견을 내놓기 바빴다. 최근 한달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발간한 12건의 LG엔솔 분석 보고서 중, 단 한 건을 제외한 모든 보고서는 투자의견 '매수'를 내세웠다. '중립'을 제시한 DS투자증권만이 목표가를 44만원을 제시했으며, 그외 증권사는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64만원으로 목표가를 산정했다.지난달 LG엔솔의 주가는 주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한 2차전지 원재료 공급망 차질 및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에선 LG엔솔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주목하면서 주가가 다시 힘을 낼 것이라고 봤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이 LG엔솔 주식을 매도할 적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한달새 20% 넘게 주가가 급등하면서 현 주가가 고점이란 견해 때문이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1130억원어치 LG엔솔 주식을 팔아치웠다. 현 주가는 CLSA가 제시한 목표가 근접했다. 결국 증시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의 말이 더 통한 셈이 됐다.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간 전망 차이가 이처럼 두드러지는 것은 상이한 증권업계 풍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경우 실적 측면에서 자산운용사나 해당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인 반면, 외국계는 상대적으로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에 대한 매도의견 리포트를 내면 리서치센터 내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증권사와 기업 간의 관계를 비롯해 주주 항의 등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매도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