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 중동판 아이돌 키워달라"…이수만 모셔간 사우디 공주

SM엔터테인먼트, 사우디에 K팝 시스템 수출

이수만 '엔터산업 멘토' 되다
오일머니 두둑한 사우디
엔터산업 미래 먹거리 '찜'
인프라 조성에만 100조원 투입

SM, K팝 미개척지 뚫어
아이돌 수출·현지 양성 투트랙
고속성장 중동 음악시장 공략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한경DB
SM엔터테인먼트가 ‘K팝 스타 육성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다. 미래 먹거리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정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한류의 원조인 SM을 ‘과외 선생님’으로 택한 덕분이다.

‘금녀의 땅’인 중동지역에 K팝 플랫폼이 수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정부가 주도하는 엔터산업 육성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공식 파트너로서 참여를 눈앞에 둔 것도 SM이 최초다. SM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마지막 남은 K팝 미개척지’로 꼽히는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에 깃발 꽂은 SM

6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초청으로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관광부 차관인 하이파 빈트 무함마드 알사우드 공주를 비롯한 정부 요인과 문화계 인사들을 만났다. 하이파 차관은 이 프로듀서에게 “엔터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래 산업으로 가장 공들이는 분야 중 하나”라며 “SM으로부터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전수받고 싶다”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으로선 손해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여서다. “이른 시일 안에 SM의 아이돌 훈련 시스템을 건네겠다”고 이 프로듀서가 약속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프로듀서는 한발 더 나아가 “연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SM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SM타운’ 공연과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공연을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마드 빈 무함마드 파예즈 문화부 차관은 “SM이 현지에 자리잡는 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가 지난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정부청사에서 관광부 차관인 하이파 빈트 무함마드 알사우드 공주와 엔터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SM이 의기투합한 건 윈윈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문화·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붓고 있다. 수도 리야드 인근에 서울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수도’를 건설하는 ‘키디야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5년까지 100조원이 넘는 돈을 여기에 투입한다.

SM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엔터산업 스승’이 된 배경에도 이 프로젝트가 자리잡고 있다. 이 프로듀서가 2019년부터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키디야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로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인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SM이 사우디아라비아 일감을 대거 따낼 것”이란 예상이 엔터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넓어지는 K팝 영토

사우디아라비아는 K팝 업체가 중동 시장을 뚫는 거점으로 삼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꼽힌다.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엔터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데다 오일머니 덕분에 소비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67%가 34세 이하이며 인터넷 사용 비율이 100%에 육박하는 등 K팝 팬덤이 형성될 만한 조건도 갖췄다. 이미 현지에서 K팝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2019년 열린 슈퍼주니어 콘서트 티켓은 발매 3시간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SM은 투트랙으로 중동 음악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우선 K팝 플랫폼 수출을 통해 ‘중동판 슈퍼주니어’를 키워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수익도 배분받는다는 구상이다. 다른 하나는 SM 소속 K팝 스타를 수출하는 것이다.SM 관계자는 “중동 음악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해 지난해 7500억원 규모가 됐다”며 “이 프로듀서가 뚫은 중동이 향후 SM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