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이어 최재성까지…빨라지는 '86그룹 퇴장'

최재성 "새 시대엔 새 소명 필요"
대선 이후 세대교체 목소리 커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최 전 수석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대선 패배 후 은퇴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내 두 번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여권의 주류였던 86그룹의 퇴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정치를 그만둔다”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명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소명이 욕심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최 전 수석은 4선 의원을 지낸 86그룹의 대표 인사 중 하나다. 2015년에는 당 사무총장을 지내며 20대 총선 공천을 책임졌고, 2017년 대선에서는 캠프의 인재 영입을 주도한 뒤 지난해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 지난달에는 ‘부산 86그룹의 맏형’ 김 전 장관이 “정치인 생활을 청산하겠다”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이 같은 86세대의 퇴장은 민주화 세대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자가 진단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최 전 수석은 이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김 전 장관이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 담론이 아닌 생활 정치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그 속에 내 역할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들의 은퇴가 86그룹과 문재인 정부 출신 등 민주당 내 기존 주류가 퇴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비대위 회의에서 “정권 심판을 이끈 정책의 책임자들은 공천을 금지해야 한다”며 “반성해야 할 이들이 다시 선거에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최 전 수석을 비롯해 전북지사 출마를 염두에 뒀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충남지사에 도전한 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민주당 내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 13명은 입장문을 내고 “송영길 전 대표의 내로남불식 출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