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김지훈 감독 "가해 부모 시선으로 본 학폭"

설경구·문소리·천우희·고창석 출연…"시나리오 읽는 내내 분노"
"학교폭력에 대한 영화로, 가해자와 그 부모의 시선으로 서사를 풀었습니다. 아픔과 반복되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으려 했어요.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 7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잇따라 나온 학교 폭력 소재의 콘텐츠 '인간수업', '소년심판' 등과 달리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들이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명문 중학교의 학생 건우가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호숫가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일본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국내에서도 2012년 연극으로 선보인 바 있다.

김 감독은 "10년 전 우연히 희곡을 보고 제목이 너무 강렬해 놀랐다"며 "영화의 주제와 함의, 분노를 잘 표현한 제목이라 생각해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김 감독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인 변호사 호창 역을 맡은 설경구는 "제목과 내용에 담긴 강렬함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다"며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소개되고 공감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창석은 "시나리오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아이 부모로서 '나였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혼란스러웠지만 뜻깊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이자 수학 교사인 정 선생을 연기했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아들을 위한 길일지 고민하는 계산적인 인물이다.

국내에서 열린 동명의 낭독 공연과 연극을 모두 봤다는 천우희는 "사회적인 이야기에 항상 관심이 있다.

영화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에선 남자로 나오는 담임 교사 정욱 역을 소화했다.

학폭과 관련한 양심선언을 하고 피해자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천우희는 원작을 감상했을 때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김 감독의 출연 제안을 한 차례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일면식도 없던 설경구가 전화해 함께 작품을 하자고 부탁하는 바람에 마음을 돌렸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말 그대로 애걸복걸했다"고 했고, 천우희는 "너무 감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작품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문소리가 피해 학생의 어머니를 연기한 이유 중 하나도 출연 배우들이 강력하게 그를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김 감독은 문소리에 대해 "마냥 슬퍼하고 분노를 느끼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문소리는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2017년 촬영을 마쳤지만,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오달수가 이듬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개봉이 미뤄졌다.

이후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본사인 폭스가 월트디즈니에 합병되면서 일정이 더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고창석은 "5년 동안 영화가 빛을 못 보고 사라질까 봐 가슴 졸였다.

죽은 줄 알았던 영화가 살아 돌아와서 너무 기쁘고 감격스럽다"며 "외면받아선 안 되는 이야기이고 많은 관객과 만날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오달수는 당초 행사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불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