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면 보험사 이차 늘어난다는데 주가는 답보? [김대훈의 금융 돋보기]

"연말까지 보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리상승 호재가 지속되지만 보험주는 정작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이 의문을 해소해줄 만한 증권사 리포트가 나와 소개하고자 합니다. 7일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과 최태용 연구원이 내놓은 생명보험 시황 리포트입니다. 보고서 제목은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입니다.

생명 보험사는 이익은 이차와 사차, 비차로 구성됩니다. 쉽게 말해 이차는 보험료를 시장에서 굴려(운용) 얻는 수익이고, 사차는 보험가입자 사망으로 인한 지급보험료과 받은 보험료간의 차이, 비차는 보험료에 착정한 각종 영업비용 실제 비용의 차이를 말하지요.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데, 70~80%가량을 국공채 등 안정성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자산과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해야할 보험부채의 잔존만기(듀레이션)를 일치시키는 ALM(자산부채관리)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10년물 이상의 장기채에 투자합니다. 업력이 100년 이상된 해외 유력 보험사의 자산 듀레이션은 20년이 넘는데 반해, 국내 보험사의 듀레이션은 10년이 채 안될 정도로 짧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ALM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보험사들은 국내 장기채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반박합니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의 이차 마진은 늘어납니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부담하는 보험 부채 평균 금리보다 커지기에 때문입니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하에 보험사들은 오히려 '이차 역마진'을 봐왔습니다. 장기채를 사봤자 '쥐꼬리' 쿠폰 금리를 줄 뿐이니, 지급해야할 보험 부채의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운용 수익을 내왔던 것입니다. 이 시기 보험사들은 과거 매입해뒀던 쿠폰 금리가 높은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연명했습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함께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이제는 상황이 개선됐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금리 상승이 보험사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명제는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의 이차 수익이 늘어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금리 상승에도 1분기는 실적 나쁘다고?

그럼에도 임희연, 최태용 연구원은 삼성, 한화, 동양, 미래에셋 등 대형 생명보험사 네 곳의 1분기 순이익이 3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초 시장 컨센서스인 5628억원을 하회하는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대형 생명보험사 주가도 한 달새 오르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리포트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주식시장에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노출돼있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생명보험사는 소비자들의 보험료로 주식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을 팝니다.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황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 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고, 수수료 수익도 줄겠죠. 금리상승으로 물가도 함께 뛰면서 보험사의 영업 비용 자체가 증가해 당장의 '비차'가 줄어드는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로 여겨집니다. (이런 현상은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쿠폰금리가 낮은 채권을 고금리 채권으로 갈아 끼워 이차 수익을 높이는 데 시차가 있다는 점도 당장의 시장 금리상승이 이차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금리 상승은 생명보험 업종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채권 쿠폰 금리가 올라가면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보험에서 발생한 적자를 만회할 수 있고, 향후 금리 인상 폭이 커질수록 그 폭은 더욱 커지겠죠. 보고서는 "(회계적으로 보험사가) 금리 상승의 긍정적 영향을 반영하는 시기는 1년 중 (확정 재무제표가 나오는) 4분기뿐이며 1~3분기에는 성과를 재무제표상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금리상승은 보험사에 무조건 호재

금리 상승은 보험사의 수익성은 장기적으로 끌어올릴지 몰라도, 당장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존에 보유했던 채권의 평가액이 감소하고, 순자산을 적정잉여금으로 나눈 수치를 의미하는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집니다. 최근 금리상승기를 맞아 국내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도 RBC 하락을 방어하려는 조치입니다.

리포트의 일반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무조건 생명보험주가 오르리란 법은 없습니다. 국내 보험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 1에도 미치지 못해 금리 상승이 보험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전망과 국내 생명보험산업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비관론이 공존합니다. 이 기회에 ALM 관리에 적극 나설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초장기채를 매입하려 들면 수요 공급에 따라 상대적으로 장기채 쿠폰 금리 상승 폭이 줄어들고, 금리 상승의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보험사 CEO는 "금리가 오르면 당장의 순이익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회사 수익성이 개선되고 현재 경영이 어려운 소형 보험사의 상황도 크게 나아지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내년 부채 시가평가를 하는 IFRS17과 RBC를 대체하는 지급여력기준 제도(K-ICS)함께 도입한다는 점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