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성과에도…'만성적 갑질'에 곪은 금형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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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출 2위·생산 5위에해당 업종 수출 세계 2위, 생산 세계 5위, 부품소재 업종 중 유일한 대일 무역수지 흑자 품목….
대일 무역 흑자 업종 이지만
계약서 미작성·대금 미지금 등
불공정 만연…올 표준계약서 도입
수치상으로 국내 금형산업의 위상은 남부끄럽지 않다.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제품 등 한국이 수출하는 모든 제품의 ‘틀’을 만드는 금형업종에는 오랜 업력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적지 않다. 나라엠앤디, 에이테크솔루션, 재영솔루텍 등 코스닥시장 상장사를 비롯해 서연탑메탈, 제일정공, 신라엔지니어링, 삼우코리아 등은 전 세계 자동차·가전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번듯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업계 내부에선 만성적인 ‘불공정 피해’로 속앓이하고 있다. 신용문 한국금형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과 대형 금형업체 사이에는 어느 정도 공정거래 문화가 정착됐다”면서도 “여전히 자동차·가전 2~3차 협력사와 중견·중소기업 발주처 중 상당수는 대금 지급 지연, 설계 수정 비용 미지급, 계약서 미작성 등의 피해를 금형업계에 입히고 있다”고 7일 토로했다.
금형조합 관계자는 “금형업계에선 납품될 때까지 대금을 모두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납품 후 1년이 지나서야 잔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부산 한 금형업체는 한 중견기업이 구두로 금형을 주문해놓고 대금 지급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빚이 누적돼 부도가 났다.설계 변경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도권 A금형회사는 자동차 내장재를 만드는 한 부품업체로부터 최근 세 차례나 설계 변경을 요청받은 끝에 최근 금형을 납품했다. 하지만 설계 변경에 대한 비용 2000만원을 제외한 8000만원만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수정 작업 비용 등 1억원을 금형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생활용품업체 B사에 과징금 59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에 금형조합은 2020년 8월 공정위에 금형업종 표준 하도급 계약서 제정을 신청했다. 표준 하도급 계약서는 1년4개월여 만인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국내 표준산업분류 1200개 가운데 50번째로 금형업계에서 시행된 것이다. 14개 뿌리업종 중에선 최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