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저주토끼> 英부커상 최종후보…수상작 발표는 5월 26일

영어판 저주토끼(Cursed Bunny) /부커재단 제공
정보라 작가가 쓰고 안톤 허(한국명 허정범)가 번역한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숏리스트)에 올랐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다음달 최종 수상까지 이어진다면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수상 이후 두 번째 한국 작가의 수상이다. 한국 번역가로는 사상 최초다.

7일 영국 부커재단은 <저주토끼>를 비롯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 6개를 발표했다. 수상작은 5월 26일 발표한다.단편집 <저주토끼>는 판타지·호러 단편소설 10편을 담고 있다. 저주와 복수, 유령 같은 소재로 현실 사회의 비이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우화다. 2017년 출간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앞서 부커상 1차 후보(롱리스트) 발표 이후 국내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부커재단은 <저주토끼>에 대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이야기한다”고 평했다.

정보라 작가는 숏리스트에 오른 직후 “한국 문학에서는 처음으로 장르문학이 부커상 후보에 올랐는데 점차 소위 ‘정통문학’과 ‘장르문학’ 간 차이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장르문학을 써온 작가로서 좀더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한국 번역가로서는 처음으로 이 부문 숏리스트에 오른 안톤 허 번역가는 “유색인종 영어 번역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이 인정받는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저주토끼>는 안톤 허 번역가의 제안으로 영어판이 출간됐다.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부커상과는 별도로 수상한다. 직전 해 1년간 영국·아일랜드에서 출간된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소설과 소설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한다. 상금(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은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에게 절반씩 지급된다. 최종 후보에 오른 여섯 작품의 작가와 번역가에게도 각 2500파운드(약 400만원)가 수여된다.

한국 작가 작품이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최종 수상했고, 2018년 그의 다른 작품 '흰'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19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1차 후보로 꼽혔지만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앞서 올해 롱리스트에 함께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최종 후보에 들지 않았다.

구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