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 후보 정보라 "한국 장르 문학으로 올라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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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로는 한강 이어 두번째 인터내셔널 부문 선정
번역가 안톤 허 "유머와 공포 섞인 문장의 느낌 살리려 노력" 소설집 '저주 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46) 작가는 "한국 장르 문학이 여기까지 온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 작가는 7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잘했다기보다 한국에선 순문학과 장르 문학이 뚜렷한 편인데, 과학소설(SF)도 아닌 환상 성 강하고 옛날이야기 같기도 한 뒤섞인 장르로 인정받은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차 후보 지목 때 밝힌 소감과 같이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계속 같은 명단에 있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한국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에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는 세 번째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6년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으며, 2018년 그의 다른 작품 '흰'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SF와 호러 판타지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 작가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대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소설을 쓰고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어권의 SF·판타지 문학을 번역한다. 2017년 국내 출간된 '저주 토끼'(아작)는 초현실적이고 기묘한 이야기 10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전체적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때로는 공포스럽고 때론 유머러스해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 때 현실과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며 "일례로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머리'는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면 내려가야 하는데 자기 의지로 올라오면 어떻게 될지, 반대로 생각하려 시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1998년 연세문학상을 받은 '머리'는 배설물과 오물로 빚어진 피조물이 변기 안에서 튀어나와 한 여성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며 벌어지는 섬찟한 얘기다.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로봇을 사랑하는 단편 '안녕, 내 사랑'에 대해선 "예전 대학 강의 때 SF 수업에서 학생들과 '고유한 존재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지면 고유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란 얘기를 하다가 그런 걸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러던 차에 제가 사랑하던 첫 스마트폰이 돌아가셨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가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비틀고 섞는 작법에 대해 러시아와 동유럽 문학을 전공한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학에선 환상과 현실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며 "소설이니 픽션 안에서 '알고 봤더니 꿈이었다'란 식이다.
그러면 작품이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저주 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본명 허정범·41)는 한국인 번역가로는 처음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은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를 함께 후보에 올린다.
안톤 허 번역가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너무 영광이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기뻐했다.
그는 "정보라 작가는 같은 문장에서 유머와 공포를 절묘하게 섞는다"며 "이렇게 읽으면 무섭고 이렇게 읽으면 유머러스하다.
또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해 기묘한 분위기가 나타난다.
번역할 때 그런 지점을 잘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작가는 아무리 비현실적인 상황이어도 인물의 감정을 충실하게 그려내려 노력한다"며 "저도 그 노력이 느껴졌고, 번역을 통해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수상작은 5월 26일 발표된다. 정 작가는 "부커상은 최종 후보에 오르면 출판사(영국 혼포드 스타)가 작가를 초청한다는 규정이 있는 거로 안다"며 영국을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번역가 안톤 허 "유머와 공포 섞인 문장의 느낌 살리려 노력" 소설집 '저주 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46) 작가는 "한국 장르 문학이 여기까지 온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 작가는 7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잘했다기보다 한국에선 순문학과 장르 문학이 뚜렷한 편인데, 과학소설(SF)도 아닌 환상 성 강하고 옛날이야기 같기도 한 뒤섞인 장르로 인정받은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차 후보 지목 때 밝힌 소감과 같이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계속 같은 명단에 있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한국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에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는 세 번째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6년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으며, 2018년 그의 다른 작품 '흰'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SF와 호러 판타지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 작가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대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소설을 쓰고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어권의 SF·판타지 문학을 번역한다. 2017년 국내 출간된 '저주 토끼'(아작)는 초현실적이고 기묘한 이야기 10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전체적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때로는 공포스럽고 때론 유머러스해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 때 현실과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며 "일례로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머리'는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면 내려가야 하는데 자기 의지로 올라오면 어떻게 될지, 반대로 생각하려 시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1998년 연세문학상을 받은 '머리'는 배설물과 오물로 빚어진 피조물이 변기 안에서 튀어나와 한 여성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며 벌어지는 섬찟한 얘기다.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로봇을 사랑하는 단편 '안녕, 내 사랑'에 대해선 "예전 대학 강의 때 SF 수업에서 학생들과 '고유한 존재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지면 고유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란 얘기를 하다가 그런 걸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러던 차에 제가 사랑하던 첫 스마트폰이 돌아가셨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가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비틀고 섞는 작법에 대해 러시아와 동유럽 문학을 전공한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학에선 환상과 현실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며 "소설이니 픽션 안에서 '알고 봤더니 꿈이었다'란 식이다.
그러면 작품이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저주 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본명 허정범·41)는 한국인 번역가로는 처음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은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를 함께 후보에 올린다.
안톤 허 번역가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너무 영광이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기뻐했다.
그는 "정보라 작가는 같은 문장에서 유머와 공포를 절묘하게 섞는다"며 "이렇게 읽으면 무섭고 이렇게 읽으면 유머러스하다.
또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해 기묘한 분위기가 나타난다.
번역할 때 그런 지점을 잘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작가는 아무리 비현실적인 상황이어도 인물의 감정을 충실하게 그려내려 노력한다"며 "저도 그 노력이 느껴졌고, 번역을 통해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수상작은 5월 26일 발표된다. 정 작가는 "부커상은 최종 후보에 오르면 출판사(영국 혼포드 스타)가 작가를 초청한다는 규정이 있는 거로 안다"며 영국을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