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우크라, 이스탄불 협상 합의 번복…새 협정안 제안"

"'크림·돈바스 주권 유보' 등 합의서 후퇴…러, 수용않을 것"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이스탄불 협상 합의들에서 후퇴한 새로운 평화협정안을 제시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5차 대면 평화협상을 한 뒤 이후 화상회의 형식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자국 기자들에게 평화 협상 진행 상황에 관해 설명하며 "어제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이스탄불 회담에서 명확히 한 중요한 조항들에서 후퇴한 새로운 협정안을 협상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이 자국 협상 대표단장인 다비드 하라하미야 집권당 대표가 서명한 문서에 명시됐던 조항들을 번복했다는 지적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이스탄불 문서에서 (러시아와 주요 서방국들이 제공키로 한) 미래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이 크림과 (크림반도 내 특별시) 세바스토폴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지만 어제 받은 협정안에는 이 분명한 확인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개시 직전인) 2월 23일 상태에서의 (두 지역에 대한) '효율적 통제'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들어갔으며, 크림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의제)으로 올린다는 구상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에서 독립을 선포한 돈바스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 대한 주권을 유보하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십중팔구 다음 단계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대 철수를 요구할 것이고, 계속 새로운 전제조건들을 내세울 것"이라면서 "그러한 의도가 명확하지만, 그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스탄불 문서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비핵국가적 지위 하에서 외국 군대들이 참여하는 모든 군사훈련은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보증국들의 동의하에서만 이루어진다고 명시돼 있었는데, 새협정안에선 러시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다수 보증국의 동의로 훈련이 실시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의 이 같은 '도발'에도 러시아 측은 당초 제시했던 원칙적 입장과 요구사항들이 그대로 명시된 협정안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비타협적 태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상 과정을 지연시키고 무산시키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투를 계속하도록 충동질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통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