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수수료 받으려다…개미들 분노에 '앗 뜨거' [돈앤톡]

공모주 청약 '수수료 논란'…고객들 반발
NH투자증권, 부과 일정 4월29일→5월12일로 미뤄
"5월 IPO 대어까진 수수료 안 받도록 내부 조율"
NH투자증권 여의도 파크원 사옥. (사진=NH투자증권)
증권사들이 온라인 공모주 청약 시에도 수수료를 받기로 잇따라 결정한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부과 시점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수수료를 도입하는 것이 수익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수료에 반발할 고객 눈치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달 12일부터 온라인/ARS를 통해 공모주 청약 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공모 한 건당 수수료는 2000원(탑클래스, 골드등급은 면제)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경우에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이미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온라인 공모주 청약 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는 고객 등급에 따라 1000~2000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청약 광풍으로 고객이 늘면서 공모주 청약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시스템 유지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받는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대형사 중 유일하게 온라인 공모주 청약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증권사였지만, 결국 대세를 따르게 됐다.

NH투자증권이 처음부터 수수료 부과 시점을 5월로 잡은 것은 아니었다. 당초 NH투자증권은 이달 29일부터 온라인 공모주 청약에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돌연 수수료 부과 시점을 다음달 12일로 연기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초 이달 29일부터 온라인 공모주 청약 시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려고 했으나 내부 회의 후 수수료 도입 시기를 5월로 연기한 것"이라며 "이미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온라인 청약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도 뒤늦게 수수료를 신설했다"고 해명했다.NH투자증권 측은 내부 회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그 배경에는 '소탐대실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달 초 예정된 '원스토어'와 'SK쉴더스'라는 공모주 대어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청약 전에 수수료를 도입하면 고객들의 거센 원성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NH투자증권은 내달 초 IPO 일정에 본격 돌입하는 원스토어와 SK쉴더스의 코스피 상장을 대표주관한다. 원스토어의 청약일은 내달 2~3일이고 SK쉴더스는 9~10일이다. 두 회사의 상장은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어’가 없던 공모주 시장에 훈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의 자회사인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지난달 31일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두 기업은 4월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5월에 일반청약을 받은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게 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원스토어 9000억~1조2000억원, SK쉴더스 2조8000억~3조5000억원이다.원스토어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구글플레이'에 대항하기 위해 통신3사와 네이버 등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원스토어는 국내 시장에서 기존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편 지역과 기기, 운영체제(OS), 사업 영역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멀티OS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SK쉴더스는 기존 SK그룹 보안계열사 SK인포섹이 경비·물리보안업체 ADT캡스를 합병해 새롭게 출범한 통합법인이다. SK쉴더스는 공모를 통해 모은 자금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ICT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와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등 글로벌 기술기업 인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의 나름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하다. 앞서 <한경닷컴>에서 보도된 기사("공모주 청약, 더이상 공짜는 없습니다"…투자자들 '분통')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온라인 청약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청약 수수료마저 당연시되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에서 개인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물량은 소량에 불과한데 여기에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기대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