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G20 의장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배제 압박에 고심

"모두 초청" 원칙론 밝혔던 지난달과 국제 정세 바뀌어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주요국가들의 러시아 배제 압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8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G20 정상회의 공동 준비위원장 디안 트리안샤 자니는 "우리는 공정성과 중립을 유지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모든 회원국을 초청할 것"이라며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비동맹 중립 외교를 고수해온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탄한다면서도 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조치를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달 6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러시아가 G20 회의에 참석할 경우 미국은 다수의 회의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7일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당함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고심이 깊어졌다. 최대 경제 대국이자 초강대국인 미국이 G20에 불참할 경우 회의체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1월 발리 정상회의 참석 시 모든 관심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맞춰져 코로나19 경제 회복 등 다른 의제가 묻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 통과는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수백 명을 집단 학살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로 러시아 군대 철수 후 두 손이 결박당한 채 근접 사살을 당한 시신을 비롯해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 전날 인도네시아 외교부도 부차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독립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 정세를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 특별고문 데디 페르마디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러시아 참석 시 미국 보이콧 발언을 한 데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계속 살펴보고 있다. 때가 되면 (우리의 입장을) 대중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도 G20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지난달보다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류드밀라 보로비에바 인도네시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이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주최 측을 따를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인도네시아가 주재국이고 주최국으로, 당연히 우리는 주최 측을 따를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