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년만 정치메시지…"유영하, 대신 꿈 이룰 것" 선거지원

대구시장 선거, 朴心 변수로…홍준표 "전직 대통령 팔이" 강력 반발
대구 선거 결과 따라 보수내 영향력 달라질듯…윤당선인과의 만남 주목
박근혜 전 대통령은 8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한 자신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에 대해 공개적 지지 발언을 했다.후원회장 자격이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지방선거 예비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은 건 지난 2017년 3월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청동 사저로 들어가면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힌 뒤 5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사면·복권 후 대구 달성군 사저로 내려간 박 전 대통령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번 지지 선언을 계기로 사실상의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박 전 대통령은 8일 오전 7시께 유튜브에 올린 4분 5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최측근인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대구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늘 개인의 안위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자신을 희생했던 선공후사의 정신이 살아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저의 아버지도 일신의 편안함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 나라의 근대화를 이끄셨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셨다.저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 모든 국민이 행복한 국민 행복 시대를 열고 싶었고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신뢰받는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유영하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 했다.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저의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저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터무니없는 모함을 받고 질시를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묵묵히 그 비난을 감내했다"라며 유 후보를 두둔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다 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영하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은 신뢰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 유영하 후보를 후원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 변호사에 대한 지원 활동에 나서면서 6·1 대구시장 선거에서 '박심'(朴心·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당장 이 곳에 출사표를 던진 홍준표 의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경쟁률은 8대1에 달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경선 통과가 곧 본선 승리나 마찬가지인 만큼 자칫 박심 논란이 확산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 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되었네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면서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기네요"라고 했다.

실제 박심이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사면·복권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무게와 진영 내 영향력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신인인 유 변호사가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홍 의원이나 3선을 지낸 김재원 최고위원을 상대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현직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이 원로로서 존재감을 입증하고, 앞으로도 중요 국면마다 메시지를 던져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가 보수 진영의 '봉하마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주부터 지역 순회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첫 방문지로 TK를 택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적폐수사를 둘러싼 '구원'으로 얽힌 가운데 윤 당선인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퇴원 후 대구 사저에 도착했을 당시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 생각한다.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고 역할론을 시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