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숫자 공부 안하면 빠지는 함정

이주의 숫자책
숫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다. 하지만 숫자를 따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숫자를 모르면 우리가 어떤 위험에 빠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 이번주 여럿 출간됐다.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톰 치버스 외 지음, 김영사)은 매일 접하는 일상의 숫자 속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탄 토스트를 자주 먹으면 탈장 위험이 5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꽤 충격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1만 명 중 2명에서 1만 명 중 3명으로 탈장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50% 증가’가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숫자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준다.

경제 지표도 마찬가지다. 이번달 실업자가 전달보다 2만8000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영국 통계청의 발표는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95% 신뢰구간을 적용할 때 영국 실업자 통계의 허용 오차는 ±7만7000명에 달한다. 실제 실업자 변화는 ‘10만5000명 감소’와 ‘4만9000명 증가’ 사이에 있다는 얘기다. 두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안에 있을 때 누가 1, 2위인지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통계 역시 실업자가 줄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정적인 표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세부 설명은 자주 무시된다.

책은 우리가 평소 알아차리지 못해 속아 왔던 숫자의 속임수를 낱낱이 공개한다. 영국이 매년 북해에 600만t의 하수를 버리는 게 과연 큰일인지, 명문대 대학원에서 여학생의 합격률이 남학생보다 낮은 것이 여성 차별 탓인지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숫자의 어떤 부분이 왜곡됐고,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지 일깨운다.
《위험한 숫자들》(사너 블라우 지음, 더퀘스트)은 숫자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파헤친다. 어떤 숫자는 사회적 산물이다. 지능지수(IQ)가 그런 예다. IQ는 소득과 교육 수준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오늘날 인간의 IQ는 평균적으로 100년 전보다 높다. 지금 평범한 사람이 100년 전으로 간다면 천재로 간주될 정도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집단 간 IQ를 비교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머리가 나쁘다거나, 백인은 흑인보다 똑똑하다는 결론을 내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숫자는 우리를 돕지만 더 큰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연금 수령 나이에서 페이스북 조회 수, 국내총생산(GDP), 그리고 급여에 이르기까지 숫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사람이 아니라 수학 모형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세상이다.”
《수학하는 뇌》(안드레아스 니더 지음, 바다출판사)는 신경생물학 관점에서 숫자를 논한다. 숫자를 세는 건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포유류뿐 아니라 조류, 도롱뇽 같은 양서류, 모시고기 같은 어류, 거미나 꿀벌 같은 절지동물도 숫자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암사자와 침팬지 등은 침입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무리가 적들보다 최소 1.5배 많을 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갈색머리흑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매일 숙주 새의 둥지를 관찰해 알의 수를 세면서 그곳에 알을 낳을지 말지 결정한다. 책은 우리가 수를 세고 계산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수학 천재의 뇌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