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사주 가치만 4.4조…행동주의펀드 공격 빌미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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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방어 위해 사들여SK㈜는 자사주가 많은 회사 중 하나다. 보유 자사주의 시장 가치가 4조4000억원을 웃돈다. 과거 헤지펀드 소버린 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4조원대의 자사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기관 "주주가치 위해 소각하라"
SK "지배구조 개편 위해 취득"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전날 SK㈜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돌턴은 서신에서 “주주 가치 개선을 위한 SK㈜ 경영진의 지속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할인 폭이 큰 만큼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고, 자사주 소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돌턴은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며 2019년 다른 기관과 연합해 현대홈쇼핑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요구하는가 하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도 했다. 돌턴이 다른 기관과 연합해 회사를 공격하는 이른바 ‘늑대무리(wolf pack) 전략’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지난해 말 기준 1805만8562주(지분율 24.4%)에 달한다. 이날 종가(24만8000원)를 반영하면 SK㈜가 보유한 자사주 가치는 4조4785억원에 이른다. SK㈜가 ‘자사주 장벽’을 높인 것은 경영권 분쟁의 악몽 때문이다. 미국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1999년에도 미국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지분 6.66%를 매입한 뒤 이사진 교체 등을 시도했다.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다. 하지만 경영권 공격이 있을 땐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다. 특수관계인이나 우호 주주(백기사)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법을 통해서다. SK㈜는 2000년대 국민은행 등과 지분을 맞교환하며 서로의 백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SK㈜ 주주들은 사측의 대규모 자사주 보유가 탐탁지 않다. 기업의 자기자본을 계산할 때 자사주는 장부 가치만큼을 차감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주의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자사주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취득한 것으로 소각 계획은 미정”이라며 “돌턴의 서신은 SK의 주주 친화 전략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담았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