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개미, 도쿄증시 '큰손' 됐다

개인투자자, 작년 1조엔 사들여
주식 호황·稅혜택에 적극 매수
발 뺀 日銀·외국인 비중은 뚝
개미(개인)투자자와 자사주 매입 기업이 일본은행과 외국인 투자가를 밀어내고 도쿄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등극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개인투자자가 2021년 한 해 동안 도쿄증시에서 1조701억엔(약 10조57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8일 발표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종전 순매수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의 7292억엔이었다. 2008년을 제외하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20년간 줄곧 일본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의 매매 규모도 총 348조엔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 효과로 닛케이225지수가 급등한 2013년 이후 최대였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은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개인형 확정납입 연금제도(이치고) 등과 같이 개인의 소액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작년 하반기 한때 닛케이225지수가 30여 년 만에 30,000선을 넘은 점도 투자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순매수 규모도 2조5262억엔으로 2019년(4조6000억엔) 이후 가장 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과 행동주의 펀드 주주의 압력으로 기업의 주주환원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반면 도쿄증시의 가장 큰손이었던 일본은행과 외국인 투자가는 도쿄 증시에서 발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의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는 5608억엔으로 1년 만에 90% 감소했다. 일본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ETF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국 주식시장에 개입한다. 보유 ETF 잔액은 55조엔으로 도쿄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7%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작년 3월 ETF 투자 방침을 바꿔 매입 규모를 대폭 줄였다. 도쿄증시 거래의 6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가도 지난해 2조8000억엔어치의 일본 주식을 순매도했다.

센고쿠 마코토 도카이도쿄조사센터 수석글로벌전략가는 “해외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팔았어도 개인투자자의 매수세 덕분에 지난해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