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값 천정부지…가구·인테리어 업계도 패닉

PVC가격도 작년 60% 급등
창호·바닥재·벽지까지 다 올라
中企, 상승분 반영 못해 속앓이
< 목재 창고 텅~ > 러시아산 목재 공급이 감소하면서 국내 업체의 목재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충남에 있는 한 목재업체 자재 창고가 텅 비어 있다. /영림목재 제공
러시아발(發) 목재 대란의 충격파가 가구·인테리어업계를 휩쓸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목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데다 공급마저 원활치 않은 것이다.

8일 목재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구 및 인테리어 등에 쓰이는 러시아 스프루스 제재목 가격은 ㎥당 6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5.2%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2월 ㎥당 32만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19 공포가 고조돼 국제 해상 운임이 치솟던 지난해 2월(54만원)보다도 20% 가까이 높다.안 그래도 고공 행진하던 목재 가격 ‘폭주’의 불을 댕긴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목재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48개 경제 제재 참여국에 목재 합판 등 특정 품목 수출을 금지하면서 스프루스 제재목 가격이 지난달 20~30%가량 추가로 올랐다”고 귀띔했다.

러시아산 목재 수입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산 제재목 수입은 전년 대비 41.9% 늘었다. 전체 제재목 수입의 약 21.3%를 차지하며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국내 수요의 80% 이상이 외국산인 파티클 보드(PB) 역시 러시아 의존도가 태국 다음이다.

인테리어업계 1위 한샘을 비롯한 국내 주요 가구·인테리어업체는 러시아산 목재를 가구와 인테리어 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당장은 미리 확보한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목재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다른 주요 수입국의 목재 가격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유가 인상 악재까지 겹친 탓에 가구·인테리어업계는 점점 더 코너로 몰리고 있다. 석유화학 수지인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은 지난해 평균 60%가량 급등했다. 올 1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PVC는 창호, 바닥재, 벽지 등 주요 건자재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업계는 급한 대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원자재가 상승 충격에 대응하고 있다. 한샘은 연초 부엌 제품과 건자재 가격을 4% 올린 데 이어 지난 4일 침대, 소파, 책상 등의 가격도 평균 4% 인상했다. LX하우시스도 같은 날 주방가구, 바닥재, 벽지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다음달엔 창호 가격도 올릴 예정이다. KCC글라스와 현대L&C도 이달 중순 주요 제품 가격을 5~10%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존도가 높은 중소 업체는 가격 조정도 쉽지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지속해서 오르고 있으나 납품 단가는 요지부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0.3%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